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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 (월)

이슈 연금과 보험

[삶] "퇴직할때 내 퇴직연금자산 5억원인데, 입사동기는 10억이라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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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일류대 졸업장보다 금융교육이 훨씬 중요"

"일류대 출신이라고 일 잘하지 않아…열정 있어야"

"모임에 나가면 자식·건강·돈 자랑 하지 말아야"

"점심에 혼자 밥 먹기로 결심하니 마음 편안해져"

[※편집자 주= 강창희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 인터뷰 기사는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7일 [삶] "생활비 모자라 강남 집 팔자 했더니 아내가 결사반대한다네요"라는 제목으로 송고됐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강창희 대표
[촬영 홍지희]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일류대학을 졸업해도 자산관리와 금융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류대 출신 중에는 직장에서 일은 하지 않고 주식투자에 '몰빵'을 하다 쫓겨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혼당하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게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강창희(77)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는 지난달 16일과 29일 연합뉴스와 두차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의 영어와 수학 성적에만 관심이 있고, 중고등학교도 금융교육을 제대로 안 한다"면서 "직원 책임형인 DC형 퇴직연금제를 도입한 기업들조차도 자산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직원들에게 교육하지 않는다"고 했다.

강 대표는 "일본에서는 개인의 운용에 따라 같은 입사 동기인데도 퇴직연금 수령액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일도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운용에 따라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의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난 강 대표는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에 한국증권거래소, 대우증권에서 일했다. 1998년에는 현대투자신탁운용 사장, 2000년에는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이 됐다. 그다음에는 미래에셋그룹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를 지냈다.

지난해부터는 행복100세자산관리연구회 대표로서 노후 설계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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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일본증권업협회 한국 사절단 단원과 함께(앞줄 가운데가 강창희 대표)
[강창희 대표 제공]


--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나는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특정 업무를 할 때 다른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그게 안 된다. 그래서 마감의 힘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해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서 할 수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일본에서 근무할 때 길을 가다 리크루트라는 유명회사 정문에 붙어 있는 사훈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건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그 기회를 통해 자신을 바꿔나가자"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려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가려지는 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 나는 학창 시절 영어를 잘 못했던 사람이다. 직장에 들어와서도 영어 공부를 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약점을 가릴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다. 예를 들어 해외 영업소장의 경우 다른 사람들은 뉴욕, 런던 등 영어 지역을 선호했지만, 나는 도쿄를 선택했다. 그곳에서는 영어를 못해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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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설명회에 모인 학부모들
[연합뉴스 사진]


-- 본인은 CEO로서도 일을 했는데, 대체로 회사는 어떤 사람을 신입 사원으로 뽑고자 하나.

▲ 가장 먼저, 지원자가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열정과 전문성을 본다. 그다음에 인간성을 체크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속지 말자 학벌, 다시 보자 스펙'이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학벌이나 스펙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 것이다.

-- 직장에서 학벌은 안 중요한가.

▲ 내가 아는 분의 아들은 고교 시절에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녔던 엉뚱한 학생이었다. 그가 야간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에 조그만 회사에 다니더니 삼성으로 스카우트됐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했다.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내가 대우증권에서 근무할 때 보니 지방 국립대 출신들이 일을 잘했다. 내가 지방 국립대 출신을 좋아했던 이유다. 일류대 출신이 일을 잘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시험 보는 능력과 일하는 능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일류대학교 출신으로 40대인데, 직장에 적응하지 못 하고 나와서는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 직장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일을 잘하나.

▲ 평사원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능력을 인정받는다. 열정과 성실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과장급 이상의 관리자가 되면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능력, 회사 입장에서 크게 생각하는 능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자기 분야만 생각하는 사람은 고위직으로 승진하기 힘들다. 윗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하는 것도 관리자로서 중요한 능력이다. 물론, 평사원이든 관리자든 맡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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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직장생활의 지혜를 후배들에게 말해준다면.

▲ 1973년 한국증권거래소 입사 시험에 합격해서 필요 서류를 갖고 인사 담당자에게 갔을 때였다. 마침 거래소의 인사철이었는데, 그분한테 전화가 많이 왔다. 인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의 전화였다. 당시 그는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는데, 답변 내용이 오랫동안 내 머리에 남았다. 그는 "여봐, 인사라고 하는 거는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빨리 잊어버리는 게 최고야"라고 했다. 직장생활을 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게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게 낫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만만 증폭될 뿐이다. 나의 경우에도 안 좋은 인사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나고 보면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 있나.

▲ 내가 대우증권 국제영업본부장을 하다 리서치센터장으로 가게 됐다. 홍보 담당 업무도 같이 하게 됐다. 그 당시에는 좌천성 인사였다. 그렇지만 나는 일본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여러 가지 보고서를 쓸 기회로 활용했다. 이는 내가 현대투신운용 사장으로 가는 계기가 됐다.

-- 홍보 담당을 한 것은 어떤 도움이 됐나.

▲ 이전에 나는 홍보담당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매일 기자들과 술이나 마시는 직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홍보 출신들이 회사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사례가 많았다. 홍보 담당이 돼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홍보 담당들은 CEO에게 직접 보고할 기회가 많고, 회사 전체의 큰 틀에서 대응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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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하는 강창희 대표
[본인 제공]


-- 본인은 일류대 졸업장보다는 금융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 일류대를 졸업했다고 하더라도 금융에 대해 잘 모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일류대를 졸업한 후에 자산관리를 잘 못하고 주식투자에 '몰빵'을 하다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이혼당하기도 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명퇴했지만, 다른 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자기 자산관리와 직장 생활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 금융교육은 어디에서 받나.

▲ 가정, 학교, 사회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금융교육을 하지 않고, 영어와 수학 과목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교과서에 자산관리 원칙 등 금융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40여 페이지나 된다. 한국은 그 분량이 몇 페이지도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에 나가서도 금융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다. 직원 책임형인 DC형 퇴직연금제도는 원래 회사가 져야 할 연금 자산 운용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제도다. 그래서 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금융교육을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는데도 그런 교육을 하는 회사가 거의 없다. 관련 메일 하나 보내놓고는 교육했다고 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 당사자들이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할 듯한데.

▲ 그렇다. 본인이 관심만 가지면 공부할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경제교육을 하는 단체들도 많고, 유튜브를 활용해도 된다. 일본의 어떤 회사는 퇴직연금 운용수익률 분포도를 사내에 게시하기도 한다. 자신의 수익률과 비교해보고 관심을 가지라는 뜻이다. 입사 동기인데도 퇴직할 때 연금 수령액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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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대표의 노후 설계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강창희 대표 제공]


-- 노후 대비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 6가지가 있다. 먼저, 투자상품인지 저축상품인지를 물어봐야 한다. 투자상품은 주식이나 펀드처럼 원금도 까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저축상품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수익률이 낮다. 두 번째는 펀드나 변액보험, 변액연금 같은 간접투자상품의 경우 운용사가 어떤 회사인지, 과거 성적은 어떠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운용회사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부지기수다. 세 번째, 상품에 단서 조항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단서 조항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금융사들이 있다. 올해 연초부터 거의 매일 보도되는 ELS(주가연계증권)도 그런 상품에 속한다. 예를 들어 ELS에는 '3년 이내에 주가가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이 보장된다'는 식의 단서 조항이 있다. 이는 50% 이상 떨어지면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판매하는 사람은 그걸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거나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50%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단언하곤 한다. 실제로는 50% 넘게 떨어져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있다.

-- 나머지 3가지는 무엇인가.

▲ 네 번째로 자신이 투자하기에 적합한 상품인지 물어봐야 한다. 직장인이 일은 소홀히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선물이나 옵션을 샀다 팔았다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섯번째, 절세(세금 절약) 상품을 잘 활용해야 한다. 여섯번째, 부담하는 수수료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야 한다. 수수료가 0.5%만 차이가 나더라도 10년~20년 지나면 큰 차이가 난다. 선진국 투자자들은 펀드나 보험에 가입할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수수료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물어보는 투자자들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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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웃고 있는 트레이더들
[게티이미지/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어떤 회사가 펀드 운용을 잘하나.

▲ 세계적으로 성공한 자산 운용사는 대부분이 오너 회사이거나 파트너십 형태의 회사, 또는 도제(徒弟) 형태의 회사들이다. 오너회사는 운용의 노하우를 가진 오너가 필요한 인력을 고용한 형태다. 가족 등에게 세습되는 것이 보통이다. 파트너십 회사는 두 명 또는 수십 명의 파트너에 의해 운용되는 형태인데, 이 경우도 중심 파트너가 있다. 자산운용업은 제조업이나 다른 금융업과는 달리 개인의 창의성이 중요한 업종이기 때문에 소유지배구조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 왜 오너 또는 파트너십 회사의 성과가 좋은가.

▲ 성공한 운용사에서는 운용철학 또는 운용 노하우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수되는데, 오너 또는 파트너십 회사는 이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회사들이 꽤 있다.

-- 한국은 어떤가.

▲ 국내 운용사들은 대부분이 대기업그룹의 계열사이거나 금융기관(은행, 보험, 증권 등)의 자회사다. 인력은 모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던 사람이 내려오거나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사람으로 구색만 갖추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러다 보니 과대광고를 하거나 스타 매니저를 앞세우는 마케팅전략에 의존하게 된다. 게다가 모회사의 필요에 의해 경영자와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뀐다. 새로 맡은 사람은 과거를 무시하고 다시 판을 짜서 시작한다. 이러니 전수할만한 운용철학이 없고, 있더라도 전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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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는 한 노인
[연합뉴스 TV 캡처]


-- 돈 관리도 잘해야 하지만 퇴직 후에는 고독력도 중요하다고 하던데.

▲ 혼자 있는 것을 견디는 능력이 고독력이다. 책을 읽거나, 종교를 믿거나, 유튜브를 보는 등 혼자 외롭지 않게 지내는 방법들이 있다.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은 아닌데, 하루 종일 사무실에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나는 강연이 없는 날, 개인 사무실에 나와서 음악도 듣고, 신문 5개 정도는 스크랩한다. 유튜브도 본다. 사무실에 홀로 있지만 외롭지 않고 즐겁다. 사람이 혼자 있다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닌 것 같다.

-- 나이가 들면 대화할 사람도 없어진다고 하는데.

▲ 우리 교회에 93세의 노인 분이 계시다. 사모님이 아파서 병간호하시는 분인데, 간병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일요일이다. 교회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에 나와도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너무 고령이다 보니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 상대가 되어 드리려고 노력한다.

-- 그런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모임을 만드는 듯하다,

▲ 모임에서 조심해야 할 게 있다. 정치 이야기는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 정치적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 자랑하는 것도 참아야 한다. 자식들이 잘 안된 사람도 많은데, 자기 자식 자랑을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다. 건강 자랑도 하면 안 된다. 몸이 아픈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말하는 것을 독차지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것도 조심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평소에 외로워서 그런지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정인이 모임 내내 혼자서 말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다음 모임에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모임에 참가한 사람 모두에게 돌아가면서 3분 스피치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모임을 주관할 때 주로 쓰는 방법이다. 그러면 골고루 말할 기회가 돌아가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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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식사하는 직장인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


-- 혼자 밥 먹는 것도 직장 다닐 때부터 훈련해야 하나.

▲ 어떤 사람은 직장에 다니면서 죽으면 죽었지, 혼자서는 밥을 안 먹는다고 한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친구도 없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 CEO들도 혼자 밥 먹는 일이 있나.

▲ 대우증권 상무 시절, 아침에 CEO가 당일 점심 약속이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상황은 당혹스럽다. 어떤 임원은 CEO가 점심 약속을 확정하기 전에는 자기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내가 혹시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닐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했다. 나는 CEO가 되면 내가 약속이 없더라도 절대로 후배에게 당일 점심 약속이 있는지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약속이 없거나 취소되면 혼자 밥을 먹었다. 혼자 밥 먹기로 결심하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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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신사에 모여 행운을 비는 일본 직장인들
[EPA]


-- 노후의 외로움, 경제문제 등을 감안하면 기존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 일본에서는 100세 되는 사람이 어떤 회사의 경리과장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재취업한 것이 아니라 계속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을 판매원으로 활용하는 업체도 많다. 수요자인 노인을 설득하는 것은 노인이 훨씬 잘하기 때문이다.

-- 일본 직장의 정년은 어떻게 되나.

▲ 현재 60세로 돼 있지만 정년을 올려줄 것을 정부가 장려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직장의 정년은 65세 또는 70세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주의 환기'라는 표현으로 이런 행정지도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지시에 가까운 것으로 일본인들은 받아들인다.

-- 정년을 늘리면 기업 부담이 커질 듯한데.

▲ 일본에서는 60세에 퇴직을 한 뒤에 재취업하는 방식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급여는 60세 이전보다 많이 줄어들기에 기업 부담이 크지 않다.

-- 현재 한국 직장의 정년은 60세인데, 이를 높여야 하나,

▲ 공무원을 비롯한 공적 기관의 직원들은 60세 정년이 보장되지만, 사적인 기업들은 그전에 퇴직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 나는 정년을 지금보다는 올려야 한다고 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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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구청 복지 센터를 찾은 구직자들
[연합뉴스 사진]


-- 정년 연장과 재취업은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 후배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아서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경쟁자로 비치지 않도록 하고, 가능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좋다.

--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듯한데.

▲ 미국에는 NPO(비영리단체)가 200만개나 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체 취업 인구의 10% 정도다. 미국 LA에 내 친구가 살고 있는데, 그는 그곳에서 노숙자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NPO 일을 한다. 저녁에는 유지들로부터 빵이나 기부금을 받고, 낮에는 그걸 노숙자들에게 나눠준다. 처음에는 그 일을 하면서 무섭기도 하고 더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들과 같이 놀고 어울린다고 한다.

-- NPO에서 일하면 급여를 받지 못하나.

▲ 급여가 있지만 많지 않다. 현역 시절의 30∼40% 정도다. 그렇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하니 삶에 활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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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강창희 대표
[홍지희 촬영]


-- 본인의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 오래전에 신장암으로 한쪽 신장을 절제했다. 그 이후에 전립선암이 왔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항암제를 투여하지 않고 치료를 마쳤다. 아내는 직장암이 폐로 전이돼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하느라 고생했다. 지금은 괜찮다

-- 본인 인생에서 역경이 있었다면

▲ 초등학교 시절 외갓집에서 지낼 때 밥을 굶지는 않았다. 내가 고등학교 때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워졌고, 대학에 가서는 사실상 군대로 도피를 했다. 증권거래소에 취직한 이후에는 월급의 일부를 몰래 어머니에게 보내서 빚을 갚도록 했다. 일본에 가서는 주말에 햄 공장 등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난이 역경이라면 역경일 수 있다.

-- 본인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언제였나.

▲ 지금이라고 본다. 우선 불안하지 않다. 일에서 내가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있고 역할이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 건강이 허락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자산관리 관련 공부를 하고 강의를 계속했으면 한다.

(취재지원 홍지희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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