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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국회입법조사처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상향식' 해외사례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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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능력 이유로 최저임금 더 낮추는 논의는 제도 취지 반해"

"해외 '차등적용'은 근로자가 정당한 대가 받을 수 있도록 보완 역할"

헤럴드경제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오른쪽)와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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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저임금액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 설정을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과학적 통계 제시와 법률상 명시적 근거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가 나왔다. 오는 25일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내년도 최저임금에 업종별 구분적용을 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시된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권다영·차동욱 입법조사관은 21일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또 다른 최저임금의 설정은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요 해외 사례를 보면 업종별 최저임금이 일반적인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허용하는 상향식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자 한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해 단일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향식’ 적용 여부, 객관·과학적 입증 필요”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5월 21일 첫 전원회의를 시작한 데 이어 오는 25일 5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다. 5차 전원회의에선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가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돌봄 노동이나 외국인 가사노동자 등 일부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주장 등을 볼 때 현행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의 설정이 가능한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법은 물론 헌법에서도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9월 16일 헌법상 평등권 및 차별금지의 원칙 등에서 보더라도 최저임금이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동일해야만 한다고 이해되진 않는다”며 적용 여부의 구분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입법조사처는 “차등적용이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현행 최저임금보다 하회하는 금액을 설정하는 것이 곧바로 허용된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도 있다”며 “현재 최저임금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업종별 지불능력 차이에 있다고만 설명하기에는 명화학 근거가 없고, 사용자의 법준수 의식의 차이, 기업의 규모 등도 그 차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더 낮은’ 최저임금이 가능하기 위해선 현재 기준인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감안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모든 사업을 기준으로 봐 ‘최저’기준을 상회한다는 전제가 성립되고, 따라서 이보다 더 낮출 여지가 있음이 객관적, 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법 제4조제1항에서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현재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 설정을 곧바로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 보기에는 다소 난점이 존재한다”며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의 본질적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판단에는 경제적 변수 및 국가의 역량, 노동통계의 질, 행정집행력 등의 요소가 충분히 고려돼야 하고, 이 경우에 ‘하향식’ 차등적용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있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00호 및 제111호 협약상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보수 원칙 위반, 고용상 차별금지 등에 해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독일, 호주, 일본은 ‘상향식’”입법조사처는 특히 최정미금 차등적용을 적용하고 있는 독일, 호주, 일본 등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경우에만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5년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은 실제로는 단체협약에 기반한 업종별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법정 최저임금은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일괄적용되지만, 단협을 통해 결정된 업종별 최저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우선 적용되며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경우에만 차등적용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호주는 국가 최저임금 없이 산별 노사협약으로 해당 산업 소속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규율했지만 산업별 최저임금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의 취약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됐다. 또 업종별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산별 노사협약에서 결정된다. 전국단위 산별 노조가 먼저 합의하고 공정근로위원회에 합의안을 제출하면, 공정근로위원회는 노사합의의 진정성, ‘공정근로법’ 위반 여부, 각종 근로조건의 적정성 등을 검토해 보완요구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 최저임금도 ‘지역별 최저임금’과 ‘특정(산업별) 최저임금’ 2가지로 구성돼 있다. 지역별 최저임금 확산과정에서 지역별 격차가 커지면서 업종별 최저임금을 도입했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일반적인 제도로 모든 근로자의 임금하한선을 보장하는 데 비해 특정 최저임금은 일정한 사업이나 직업에 관련된 최저임금을 뜻한다. 특정 최저임금의 결정은 지역별 최저임금 결정이 마무리된 후 노사로부터 개정 요청이 있는 경우, 결정한다.

다만 호주와 일본의 업종별 최저임금도 독일처럼 국가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돼 있다. 입법조사처는 “호주 최저임금은 산업, 직종, 경력 등에 따라 차등화해 근로자들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적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 특정 최저임금은 당해 특정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의 사업장 소재지를 포함한 지역별 최저임금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액을 상회해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노동생산성이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해외 사례는 근로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논의할 때엔 제도의 목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과 근로자의 생활 안정 등을 유념해야 한다”며 “해외 사례와 유사하게 단일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는 성격의 구조를 설계해 기준 최저임금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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