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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구광모 6년의 진화]'미래를 향한 미장센'…배터리·OLED 살리고, 전장·AI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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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북미 공장 현황 그래픽=이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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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주)LG 대표가 현지시간 22일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에게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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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차재서 기자]

구광모 LG 회장이 걸어온 지난 6년의 여정은 늘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의 상징'과 같은 스마트폰일지라도 앞이 보이지 않으면 과감히 접고 배터리·OLED·전장 등 유망한 분야에 역량을 쏟음으로써 조직에 첨단산업의 DNA를 이식하는 데 주력했다. 동시에 기존 사업에 산업계 트렌드로 부상한 인공지능(AI)을 입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위축과 중국 기업의 맹추격에 우리 전략산업의 입지가 흔들리는 올해도 구광모 회장은 적재적소 인력 배치와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내실 다져 '전기차 캐즘' 돌파…차세대 배터리 출격 초읽기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정기 인사를 통해 40년 넘게 'LG맨'으로 활약해 온 권영수 전 부회장 후임으로 김동명 사장을 낙점하며 LG에너지솔루션 수장에 앉혔다. 권 전 부회장보다 12살이나 젊은 CEO(최고경영자)를 배터리 수장으로 선임하며 미래준비를 위해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빠지면서 주춤하나 내실 다지기에 나서며 전동화 시대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올해 출범 5년 차를 맞은 LG에너지솔루션은 GM(제너럴모터스)을 필두로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 토요타 등 글로벌 전기차 OEM과 손잡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북미 지역에 압도적인 생산능력(CAPA)을 구축 중이다. 하이투자증권이 집계한 북미 배터리 생산능력은 단독 공장을 포함해 총 347GWh(기가와트시)로 SK온(191GWh)과 삼성SDI(88GWh)를 크게 압도한다.

실적은 캐즘 탓에 부진하나 장기적으로는 북미 공장 증설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2조1630억원에 그쳤던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2025년 5조6240억원, 2026년에는 10조3390억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배터리 폼팩터(기기형태)도 다변화해 고객사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3분기 양산을 시작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파이를 비롯해 2025년에는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를, 2030년에는 전고체 배터리까지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중국, 호주 등에서 LFP 양극재와 리튬 등 배터리에 필요한 공급망 경쟁력까지 강화해 나가고 있다.

'OLED 초격차' 아성 되찾는다…디스플레이에 3조 수혈 초강수



구 회장은 또 같은 시기에 LG이노텍 CEO였던 정철동 사장을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앉혀 위기극복 특명을 내렸다. LG디스플레이는 기대만큼 수요가 커지지 않은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출하 부진, 코로나19에 따른 언텍트(비대면) 효과가 줄어들면서 판가 및 가동률 하락, 고정비 상승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1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얼마만큼 중소형 OLED를 공급하는지에 따라 한해 농사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에 아이폰15 용 OLED 패널 공급을 늘리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는 아이패드에 쓰이는 투스택 탠덤 OLED를 납품 중이며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16 시리즈에도 OLED를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중소형 OLED 생산 설비 확장을 위한 투자가 완료되는 시점이라 애플 수요에 대한 대응도 마친 상태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1년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확대를 위해 향후 3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는 것과 동시에 OLED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중국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재무 체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 LG전자에서 1조원을 차입한 데 이어 12월에는 신디케이트론으로 6500억원을, 같은 달에 1조3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나섰다. 올해 4월에는 경기 파주시에 있는 토지와 건물을 LG유플러스에 매도해 1053억원을 추가 수혈했다.

제조업 솔루션에 암 연구까지…AI 사업모델 윤곽



구 회장이 점찍은 AI도 차츰 새 먹거리로서의 골격을 갖추고 있다. 그룹 AI 개발 컨트롤타워 LG AI 연구원을 중심으로 전자·화학·CNS 등 계열사와 파트너사의 노하우를 모아 원천기술을 확보한 뒤 이를 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속속 이어지면서다.

결과물이자 매개체는 초거대 AI 언어모델 '엑사원'이다. 한국어·영어로 소통하고 언어·이미지 간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게 특징인데, 연구원은 작년 7월 초기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 '엑사원 2.0'을 완성하면서 ▲유니버스 ▲디스커버리 ▲아틀리에로 칭하는 3대 플랫폼을 구축한 바 있다.

각각은 용도에 따라 차별성을 지닌다. 먼저 '유니버스'가 질문에 답하는 대화형 AI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디스커버리'는 신소재·신물질·신약 등 화학·바이오 분야 특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아틀리에'는 이미지 중심의 소통을 지원한다.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전자·화학 등 계열사의 주요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혁신을 유도하고 장차 다른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의 사업 모델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일환으로 LG는 지난 3월 미국 연구소 잭슨랩과 알츠하이머·암 분석 AI 모델 설계에 뛰어들었다.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찾는 것은 물론 병리 이미지만으로 암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제 효과를 예측하도록 함으로써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그룹은 새롭게 구축할 AI 체계가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시험에 이르기까지 기간을 단축하고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LG디스플레이도 그룹의 혁신 흐름에 합류했다. 사내 지식을 고도화할 수 있는 생성형 AI를 개발해 업무에 도입하면서다. 사업 관련 전문 지식을 손쉽게 검색하도록 함으로써 신속한 문제 해결을 돕고 생산 효율도 높였다.

본궤도 오른 전장 사업…자동차 시장서 LG 위상도 고공행진



전장 부문은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도 LG전자·이노텍·디스플레이 등 관련 계열사가 제 역할을 해내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전기차 모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성공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곳은 단연 LG전자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이파워트레인(LG마그나), 램프(ZWK) 3대 축을 중심으로 매년 굴지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늘리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작년엔 출범 10년 만에 처음으로 10조원대 매출을 달성함으로써 주력사업 반열에 올랐다. 전기차 모터를 만드는 LG마그나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를 새 거래처로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증권가에선 이와 맞물려 LG전자의 전장부품 부문이 내년까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한다.

LG디스플레이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소비전력을 60% 줄이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차량용 OLED가 각광 받으면서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유럽과 북미, 한국 등 완성차 기업 10여 곳을 우군으로 확보했고 2018년부터 5년 연속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옴디아 통계, 매출 기준)를 지켰다.

LG이노텍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센싱 솔루션과 차량용 조명 등 부품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4월엔 가시거리가 2m인 극심한 안개 속에도 45m 거리의 사람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하는 '고성능 라이다'를 공개했다.

이렇다 보니 자동차 부문에서 LG의 위상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구 회장을 자동차 업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 10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수년 내 전장이 LG의 대표 사업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차별적 가치를 만든 사례로 전기차 배터리와 OLED 등을 꼽으며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여는 대체 불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자고 독려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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