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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물가에 대한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이기 위해 농산물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낸다. 지난해 3.6%까지 치솟았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올 하반기 2%대 초·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복잡한 유통 구조를 농산물 가격 상승의 한 원인으로 보고 온라인 도매시장을 더 활성화해 중간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또한 다양한 유통 경로를 만들어 경쟁 체제를 유도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늘리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매경 이코노미스트클럽에서 이 같은 내용의 민생 안정 계획을 밝혔다. 종전 할당관세 확대, 할인 지원 같은 단기 대응에서 벗어나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구조적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금 물가 상승은 공급 측 요인이 강하다"며 "수입, 생산, 유통 단계별로 경제 주체들이 비용을 전가하면 가격이 다 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유통 구조를 개선한다고 하면 구조를 단순화해서 직거래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만 생각했는데, 소비자들이 동네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유통 단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통 단계는 다양하게 만들되 경로별로 비효율을 줄여 서로 경쟁하게 하고, 소비자가 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본격 가동하겠는 대책이 첫손에 꼽혔다. 최 부총리는 "예컨대 지금은 나주 배가 서울까지 올라와 가락동 경매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고, 다시 나주로 내려오는 식의 비효율이 있다"며 "온라인 도매시장을 활성화해 사이버 공간에서 경매하면 소비지와 생산지 간 직거래로 운반비가 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도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농산물 가격 부담이 높다며 그 원인으로 영세한 영농 규모로 인한 낮은 생산성과 높은 유통비용을 꼽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출하, 도매, 소매 단계를 거치며 불어난 농산물 유통비용은 2022년 전체 제품 가격의 49.7%에 달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에 사과가 40여 년 만에 최대 흉작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러면서도 올해 사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부분을 반성하게 된다"고 돌아봤다. 그는 "(당장 물가가) 급하니까 단기적으로 재정 지원을 했고, 세금을 깎아줬지만 이제 구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생 경기의 또 다른 축인 주거 안정 부문과 관련해서는 도심 지역을 복합 개발해 청년임대주택을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청년들을 위한 역세권 임대주택이 부족하다"며 "도심 지역 국공유지나 노후 공공청사를 민관이 공동 개발해 청년층과 서민을 위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국 도심에 있는 노후 청사나 활용되지 않는 국유지를 개발해 임대주택과 주민 편의시설 같은 복합 용도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그는 "예컨대 서울역에 인접한 남대문경찰서를 임대주택으로 바꿔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복합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전수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소상공인에 대한 맞춤형 대책 발표도 예고했다. 그는 "퇴출을 원하는 영세 상인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되 유망 업체에 대해서는 디지털화와 수출 판로를 지원해 소상공인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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