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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검찰과 법무부

경복궁 낙서 배후 ‘김실장’은 없었다···검찰 ‘이팀장’ 강모씨 등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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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17일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서울 경복궁 담벼락 복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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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경복궁 담장에 낙서를 하라고 10대들에게 지시했던 강모씨(30)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팀장’으로 알려져 있던 강씨는 수사과정에서 “주범은 내가 아니라 ‘김실장’”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수사결과 ‘김실장’은 실체가 없었고, 강씨가 자신이 운영 중인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영희)는 19일 텔레그램을 통해 모집한 고등학생들을 시켜 경복궁 담장 등 3곳에 낙서를 하게 한 강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강씨의 지시를 받고 낙서를 한 고등학생 임모군(17)과 김모양(16), 사이트 운영 경비를 자신의 계정을 통해 결제해주는 등 강씨의 사이트 운영을 도운 조모씨 등은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결과 강씨는 지난해 12월16일 자신이 운영하던 영화 등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의 방문자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텔레그램으로 ‘500만원을 주겠다’며 임군 등 고등학생들을 모집했다. 그는 이들에게 경복궁 담장과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동문 담장 등에 ‘영화공짜 윌○○티비.com feat 누누’라는 30m 크기의 문구를 낙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강씨는 차량에 탄 채 임군을 감시하고 문화재 훼손 사진을 전송받는 등 구체적으로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자신의 계정 이름을 ‘이팀장’ ‘김실장’ 등으로 바꿔가며 지시를 내렸다.

강씨가 운영한 불법 사이트 도메인은 총 8개로,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이곳에서 영화 등 저작물 2368개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3개, 음란물 930개 등을 배포해 유통했다. 강씨는 결제 대행업자인 조씨 등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서버 운영비용을 지출하고 수익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식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강씨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은 2억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강씨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신이 주범이 아니고 경복궁 낙서의 배후로 ‘김실장’이라는 사람을 지목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뒤 사건 관련자 수사와 증거 분석을 통해 ‘김실장’은 실체가 없고 주범이 강씨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가 약 5개월 간 영화, 드라마 등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2곳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포함한 음란물 공유 사이트 2개를 운영한 사실도 적발하고 저작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위반(음란물 유포),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아동·청소년성보호법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강씨가 지난달 28일 구속돼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서울경찰청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청사 울타리를 뛰어넘어 도망간 점도 도주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법 영상 사이트를 홍보해 광고 수익을 얻고자 중요 국가유산인 경복궁을 훼손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례로, 검찰은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 등에 대해 문화재 복구 비용(1억 3100만 원 상당) 청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국가유산청을 지원하고, 강씨 일당이 벌어들인 억대의 불법 광고 수익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이 환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경복궁 담장 낙서’ 배후 ‘이 팀장’ 등 4명 검찰 송치…성착취물 유포·수사 방해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5311202001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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