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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톱스타 한명 없는데 시청률 터졌다…'우영우' 이은 대박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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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팀 다섯 형사가 각각 운전대를 잡고 범죄자를 소탕한다. 사진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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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한 명 없고 러브 라인도 없는데 시청률이 터졌다.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크래시’ 얘기다.

'크래시'는 월화 드라마 1위 자리를 수성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인 6.6%(닐슨, 전국 기준)로 막을 내렸다. 동시 방영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선 랭킹 1위를 차지했다. ENA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최고 시청률 17.5%)에 이어 채널 역대 두 번째 흥행 기록이다.

특히 ‘크래시’는 배우 변우석 신드롬을 낳은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최고 시청률 5.7%)와 동시간대 경쟁하면서도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왔다. ‘선재 업고 튀어’는 7회 만에 시청률 4%를 돌파했지만, ‘크래시’는 4회에 4%를 넘어섰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7.8%(수도권)까지 오르기도 했다.

드라마는 도로 위의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TCI)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한 수사극이다. 극본을 쓴 오수진 작가는 친분 있는 김은희 작가로부터 ‘교통 범죄’라는 소재를 얻어, 마포경찰서 TCI팀을 모델로 글을 썼다. 연출은 SBS ‘모범택시’의 박준우 감독이 맡았다. 배우 이민기, 곽선영, 허성태, 이호철, 문희가 다섯 명의 TCI 형사로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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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TCI팀 차연호(이민기), 어현경(문희), 민소희(곽선영), 정채만(허성태), 우동기(이호철). 사진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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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라인 빼고 미드처럼



‘크래시’는 로맨스 서사로 화제가 된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요즘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차연호(이민기)의 10년 전 교통사고 미스터리를 큰 줄거리로 놓고, 매회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중 카이스트 출신 특채 차연호는 선배 민소희(곽선영)의 지도 하에 진짜 경찰로 성장한다. 민소희 또한 냉철한 논리로 사건을 파악해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차연호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해결해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보다는 파트너십에 가깝다. 경찰끼리 연애하는 한국 드라마 공식을 따르지 않고, 인물의 캐릭터를 부각해 매회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미국 수사물 드라마 방식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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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경위 차연호는 민소희의 유도 특훈을 통해 진짜 형사로 성장한다. 사진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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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을 소재로 쓴 각본은 현실감을 더했다. 첫 에피소드에 나온 노인 연쇄 살인 사건은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노렸던 2008년의 범죄를 그대로 가져왔다. 오수진 작가는 “보험공단 등을 돌아다니며 취재하고 곳곳에서 자문을 얻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급발진 사고를 다루고 싶다. 여러가지 여건도 있고 역량이 부족해 다루진 못했는데 다음 시즌에선 꼭 다뤄보고 싶다”고 간담회에서 밝혔다.



스릴 넘치는 카 액션



권귀덕 무술감독은 오 작가의 극본을 토대로 도로 위 범죄와 검거 장면을 역동적이고 스릴 넘치게 만들어냈다. 카 캐리어부터 자전거, 전동 킥보드까지 드라마 속 모든 사고 장면을 총괄했고, 곽선영 배우의 스턴트 대역도 했다. 운전하는 민소희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선 뒷좌석에 앉아 핸들 꺾는 시점을 알려주기도 했다.

영화 ‘카터’·‘베테랑’, 드라마 ‘재벌X형사’·‘모범택시’ 등 다양한 작품을 했던 권 감독은 전화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큰 스케일의 카 액션이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 언제 벌어질지 몰라 촬영장에서 항상 긴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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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는 현실에서 볼 법한 바퀴가 있는 모든 동력 장치의 사고를 다뤘다. 사진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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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감독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동선이다. 과학수사로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 특성 상, 차 사고 장면이 증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 운전부터 범인 검거까지 원테이크 액션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많아, 시나리오 단계부터 3개월 가량 차와 사람 모형을 놓고 각 장면을 연구했다.

그는 “카 액션 특성 상 재촬영이 어렵기에 사전 준비가 중요했다. 준비된 차량의 여유분이 충분하지 않고, 안전상 이유로 계속 촬영할 수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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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추돌 사고를 촬영 중인 모습. 사진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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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실사로 찍었지만, 일부 장면에선 CG(컴퓨터그래픽)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달리는 카 캐리어에서 뒤에 실린 승용차가 떨어져 나가는 장면은 CG로 만들었고, 전복사고로 차가 폭발하는 장면은 현장에서 약한 폭발로 촬영한 뒤 CG 처리를 통해 드라마틱한 시각 효과를 줬다.

극 중 민소희가 모는 '각 그랜저'(1세대 그랜저)는 권 감독의 보물 1호다. 드래프트 운전 기술로 180도 회전하며 범죄자를 잡는 장면, 범죄자 차량을 드래프트로 앞지른 후 빠른 속도로 후진하는 장면 등 핵심적인 카 액션마다 각 그랜저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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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희는 택시기사 아버지의 첫 차인 각진 그랜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사진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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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감독은 “단종된 차량이라 여분이 한 대 밖에 없었고 부품 구하기도 어려웠다. 촬영하다가 조명이 깨졌을 땐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폐차장까지 가서 부품을 구했다”고 말했다.



유머로 강약 조절



긴장감 넘치는 카 액션 뒤엔 팀장 정채만 역을 맡은 배우 허성태의 유머가 뒤따랐다. 그동안 ‘범죄도시’의 독사, ‘오징어 게임’의 장덕수 등 악역을 도맡아온 허성태가 처음 맡은 선한 역할이다. 극 중에서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아재 개그와 사자성어를 남발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팀장 캐릭터를 그려냈다. 경찰서장 구경모 역할의 백현진과 수사과장 고재덕을 연기한 김광식은 ‘꼰대 콤비’로 분해 극의 코믹함을 담당했다. 이들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수사극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며 완급 조절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권선징악의 선명한 주제를 시원시원한 액션과 유머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라며 “특히 현실감 넘치는 실제 사건 소재들을 바탕으로 정의를 구현해내는 통쾌한 전개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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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는 남강경찰서 외부의 허름한 컨테이너 사무실을 사용한다. 사진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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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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