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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6 (화)

"전세보증 기준 바뀌긴 하는데"…빌라 주인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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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시가 외 감정가도 보증금반환보증 기준 인정키로

"공시가와 감정가 차이 크지 않아…'126%룰'부터 바꿔야"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전세금 반환보증이 없으면 계약이 되지 않으니 중개업소에서는 임대인들에게 보증금을 낮추라고 권유합니다. 자금 여유가 있는 임대인은 보증금을 낮춰주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임대인은 보증금을 낮출 경우 거주 중인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하니 집을 팔아 보증금을 마련하는 분들도 많죠."

18일 오후 찾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 중개업소 사장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 내 빌라 전세 시세가 전세보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인 공시가격의 126% 이하에 형성돼 있다고 말한 그는, 최근 전셋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역전세가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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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 기준이 강화된 후 빌라 등 비아파트 전셋값이 급감했다. 사진은 18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내 빌라가 밀집된 거리. [사진=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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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임대인이 세입자와 계약하기 위해서 보증금을 낮추면 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보다 자금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다수"라며 "미아동은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매한 임대인이 적어 대규모 전세사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집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아동은 광화문 등 도심 업무지역과 가깝고 성신여대, 한국외대, 경희대 등 다수의 학교와 인접한 강북권 내 대표적인 주거지역이다. 또한 신축보다 구축 빌리가 많은 지역 특성 덕에 주거비도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1인가구와 청년층들의 집중 거주지로 꼽힌다.

하지만 전세보증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주택 가격이 저렴한 미아동에서도 빌라를 중심으로 역전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세보증 조건이 공시가격의 150%까지 허용됐는데, 주택시장 침체 속 대규모 전세사기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보증 기준이 더 엄격해진 영향이다.

지난해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전세보증 가입 한도를 공시가격의 126%로 지정했다(126%룰). 주택가격 산정 기준을 공시가 적용 비율을 150%에서 140%로 강화한 데 이어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100% 이하에서 90% 이하로 낮춘 바 있다.

미아동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보러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임대인 일부는 일정 부분 월세를 받는 '반전세'로 계약했다"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를 꺼리니 월세만 크게 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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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 중개업소에 전세계약 유의사항과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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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4일 정부는 빌라(다세대·연립)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기준으로 공시가뿐 아니라 감정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감정가는 공시가와 비교해 가격이 높은 만큼 전세보증을 받기 더 수월해질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이에 대해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감정가격과 공시가격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만큼 비아파트 시장에서 퍼지고 있는 월세 상승과 역전세 우려는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조치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감정가와 공시가의 차이가 역전세 우려를 지울 정도로 크지 않은 데다, 감정 비용 또한 임대인이 부담하는 만큼 오히려 더 임대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아동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에서 대책은 내놨지만 현장에서 보기에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전세사기 우려가 없는 지역에도 일괄적으로 적용된 '126%룰'이지 감정가와 공시가 차이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표 D씨는 "아직 정확한 감정비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감정을 의뢰하려면 많게는 수백만원이 필요하다"면서 "임대인들이 그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보증을 받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전세보증)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정 건전성이 떨어지고 기준을 높이면 임대인 부담이 커지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면서 "보증 가입 조건을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 보증 주체인 HUG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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