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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심리를 알면 ‘기후행동 가성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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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기후행동] 성격 유형과 기후행동②
인센티브와 자부심, 당신 성향에 맞는 기후행동 전략은?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이 4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지난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 중앙무대 일대에서 열린 환경의 날 기념 환경사랑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환경체험부스에서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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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성격은 개인의 기후행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제로 빅(Big)5 성격 관련 연구결과를 사례로 들었다. 그렇다면 ‘경제적 인센티브’과 ‘자부심’ 중 기후행동 유도에 효과적인 것은? 이 역시 정답은 ‘사람마다 다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사람의 가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어떤 행동을 이끌어내고 지속시키는 동기 이론 중 성취목표지향성 이론이 있다. 목표 성취의 의미와 가치를 해석하고 추구하는 방식을 두 가지 갈래로 나누어 본다. 숙달목표지향성의 사람들은 결과 즉, 성취 여부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과정 자체에 흥미를 두고 즐기며 나의 이해와 역량이 얼마나 나아졌는지가 관심사다. 실패도 과정의 일부로 여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대인 수행목표지향성의 사람에게는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성취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하는데 그 과정에서 타인과의 경쟁, 외부의 보상이 주어지면 더 효과적이다.

필자는 기후행동 유도에 효과적인 전략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의도치 않게 같은 목표·전략·과정에 놓였던 사람들이 성향에 따라 달리 반응하는 모습을 관찰하게 됐다. 텀블러 사용을 습관화하고 싶은 사람 30여 명의 신청을 받아 6주 동안 실험을 진행했는데 유도 전략은 3가지였다. 1단계는 ‘상호소통과 협력'.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증 사진을 올리고, 응원의 댓글 등을 통해 소통했다. 2주 후엔 2단계인 ‘비교와 경쟁’에 따라 매일 모든 참가자의 성적표를 공개했다. 다시 2주 후 3단계에서는 가장 성적이 좋은 참가자에게 '포상'을 약속했다.

실험 기간 동안 텀블러를 사용했을 경우 1일 1회 인증사진을 올릴 것을 요청했고, 종료 후 참가자별 사용 일수로 효과를 분석했다. 이후 모든 참가자와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단계에서 하루 걸러 하루 텀블러를 쓰다가 성적표가 주어지기 시작한 2단계부터는 끝나는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는 놀라운 성과를 보인 참가자 A는 "이왕 하는 거 1등 하려고 열심히 했죠"라며 웃었다. 반대로 초기 우수그룹이었다가 중반부부터 뒤처지기 시작하더니 끝날 즈음에는 거의 인증사진을 볼 수 없었던 참가자 B는 "출장 가느라 며칠 못했는데 마침 성적표랑 보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승부욕이 있는 편인데 뒤처지다 보니 어차피 해도 못 이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머쓱해 했다.

반면 실험 기간 내내 꾸준히 열심히 한 참가자 C와 D는 "의미 있는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성적표나 상보다 전 그게 더 좋았어요"라고 했다. 예상하겠지만 A와 B는 결과를 중시하는 수행목표지향성, 참가자 C와 D는 과정에 가치를 두는 숙달목표지향성이다. 참가자의 유형을 파악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유사한 맥락이 관찰되었다.

인센티브도 자부심도 기후행동의 효과적인 전략이다.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처방을 하고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전략이 주어진다면 ‘기후행동 가성비’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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