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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핵 증강’ 꺼낸 나토 총장…러시아 넘어 중국까지 “잠재적 핵 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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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1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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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이 나토가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에 맞서 실전 배치 핵무기 수를 증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핵무기 위협 및 경쟁 분위기가 연일 고조되고 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나토는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전에 직면하지 못했던 것에 직면할 수 있고, 이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잠재적 핵 적국이다”라며 “물론,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핵탄두가 실전 배치돼야 하고, 어떤 것이 비축돼야 하는지에 관한 작전상의 상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으나, 우리는 이 문제를 상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발언은 나토가 러시아의 핵 위협에 맞서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전력을 질적·양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란 의미로 보인다.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나토는 역사적으로 중국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지 않아왔는데,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번에 중국까지 거론하며 나토 핵무기 증강 필요성을 언급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나토 회원국인 미국과 프랑스, 영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각각 3708개와 290개 그리고 225개로 추정된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실전 배치 핵탄두 수는 미국 1770개, 프랑스 280개, 영국 120개로 추정된다. 러시아 보유 핵탄두와 실전 배치 탄두 수는 각각 4380개와 1710개로 추정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17일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또 다른 긴장 격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싱크탱크 ‘베이식’(BASIC)의 서배스천 브릭시윌리엄스 사무총장은 스톨텐베르그 총장의 발언은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이 정신을 차리게 하려는 의도라고 나는 읽었으나, 우리는 이를 허세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사실상 군비경쟁을 더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같은 날 전했다.



논란이 일자 파라흐 다클랄라 나토 대변인은 17일 “나토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핵 억지력을 보장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그러한 목적으로 우리는 기존 무기와 항공기를 교체하는 현대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며 그 이외에는 우리의 핵 억지력에 큰 변화는 없다”고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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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텐베르그 총장의 이런 언급은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관련 발언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이목을 끈다. 지난 7일 프러네이 바디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군축 담당 선임국장은 군축협회 연례회의 연설에서 “러시아·중국·북한은 모두 핵무기고를 매우 빠른 속도로 확장하면서 다양화하고 있으며 군축에는 관심이 없다”며 “적들의 무기고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몇년 안에 현재 배치된 (핵무기) 수를 늘려야 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디 국장의 발언이 나온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본회의에서 러시아 핵무기 사용 군사교리에 대해 “교리는 살아 있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교리 수정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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