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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fn사설] 미온적 정부 태도 질타한 환자 목소리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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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사를 특권층 만들어"
의협·교수 집단휴진 엄정 대응을


파이낸셜뉴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사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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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 의사들에게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환자단체의 목소리는 작지만 울림이 크다. 18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낸 성명이 그렇다. 이 단체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정부가 의사들을 정부와 국민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특권층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힘센 자들에게만 법을 물렁물렁하게 들이댄다는 국민 원성도 높다"며 "불법에 가담한 의사들에게 예외 없이 행정처분과 사법처리, 면허박탈을 실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집단휴진을 강행했다. 의협 주도 집회에서 일부 의사들은 "의대정원 졸속 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다만 의협 소속 병원들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4% 정도(지자체 사전신고 기준)로 높지 않다고 한다. 결속력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의협은 의대 증원 재논의, 전공의 행정명령 처분 취소 등 3가지를 휴진 철회 조건으로 내걸었다. 국민과 환자를 볼모로 한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수십만 입시생과 학부모, 사회가 한 의대 증원 약속을 이제 와서 재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지지하는 지역·필수의료 재건정책은 의사집단이 빠진 채 의료계와 정부가 논의 중이다. 의사집단은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서 먼저 대화 테이블로 나와 대안을 제시하면 될 것이다.

의사집단은 국민 위, 법 위에 선 특권층이 돼버렸다. 국민과 법을 비웃고 있다. 환자단체의 정부를 향한 일갈은 그에 대한 분노의 표시다. 환자나 그 가족이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목숨이 달려있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을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그래도 국민들은 교수들의 양식을 믿고 견뎌왔다.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작은 기대를 의대 교수들은 무기한 집단휴진으로 되돌려줬다.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교수들이 할 행동이 아니다. 중증질환자들의 고통마저 외면하는 그들은 이제 교수나 의사로 대접받을 자격도 없다.

서울대병원은 이틀째 집단휴진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등 '빅5' 병원도 모두 무기한 휴진을 결정했거나 동참할 태세다.

서울대 등 국립대 의대 교수는 혈세로 지원한 각종 교육 인프라와 교원 복지 등 여러 특혜를 받고 있는 사실상 공무원 신분이다. 관련 법률을 위반했는지 따져서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환자 가족들의 요구는 그런 것이다.

이 와중에 1000여명의 일선 병원 의사들이 불법 리베이트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정 의약품을 쓰는 대가로 수백,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현물을 수수하고 골프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잡고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한다. 의사들의 리베이트는 하루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또 다른 부도덕성까지 노출된 셈이다.

정부는 일방적 진료취소에 대해 의료법에 따라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고발할 방침이다. 집단 진료거부를 종용하는 SNS 게시 글도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다. 정부의 나약한 대응을 질책하는 목소리를 되새기기 바란다.

불법휴진에 들어간 의대 교수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차제에 의사들의 집단파업을 엄벌하는 법과 제도 정비에도 착수해야 할 것이다. 집단휴진 장기화로 가중될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대책도 세워야 한다. 비상 응급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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