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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의식주' 생활비 높고, 공공요금은 낮아…품목별 편차 큰 韓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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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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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물가 수준을 들여다보면 주요국과 비교해 품목별 편차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활비와 직결되는 의식주 비용은 크게 높지만, 공공요금은 낮은 식이다. 이러한 물가 상황은 취약계층 등이 체감하는 부담을 키우는 만큼 농산물 공급 다양화 같은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물가 수준은 3가지 특징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소득수준 감안 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간 위치에 있다. 다만 품목별로는 ▶가격이 현저히 높거나(의식주 비용), 크게 낮은(공공요금) 품목이 많은 편이다. 게다가 ▶해당 품목의 주요국 대비 가격 격차가 과거보다 확대되는 식이다. 물가 수준은 전반적인 품목별 가격 추이를 말하는 것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는 다른 개념이다.

한국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비슷한 소득의 선진국과 비교하면 평균 정도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체감도가 큰 의식주로 들어가 보면 '고물가' 상황이 뚜렷했다. 한은이 영국 경제분석기관 EIU 통계를 분석했더니 의류·신발, 식료품, 주거비 물가 수준(지난해 기준)은 OECD 평균을 각각 61%, 56%, 23%씩 웃돌았다. 특히 사과와 돼지고기, 티셔츠와 남성 정장 등의 물가는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이었다.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같은 공공요금은 매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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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OECD 대비 주요 품목군별 가격 수준. 자료 한국은행


이러한 생필품과 공공요금의 전반적인 가격 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내 식료품·의류 가격은 1990년 OECD 평균의 1.2배에서 지난해 1.6배로 눈에 띄게 올랐다. 반대로 공공요금은 같은 기간 0.9배에서 0.7배로 내려갔다.

이러한 '양극화'엔 한국의 특성이 반영돼있다. 국내 농업은 농경지 부족, 영세한 영농 규모 등으로 생산성이 낮고 생산 단가는 높은 편이다. 또한 유통 비용이 적지 않은 데다 수입을 통한 과일·채소 공급도 주요국보다 제한적이라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의류 가격이 비싼 건 소비자의 유명 브랜드 선호가 강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비용 유통 경로에 편중돼있고, 재고가 많은 것도 비용 압력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공공요금이 낮은 데엔 가계 부담 경감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에너지 충격 완충을 내세운 정부 정책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전기·가스요금은 생산 비용에 못 미치는 상황이 나올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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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계량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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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은은 '필수 소비재' 의식주 비용이 높게 지속하면 취약층 가계 부담을 가중한다고 짚었다. 앞으로 고령화로 재정 여력은 줄고 기후변화 등으로 생활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물가 편차를 해결하려면 재정투입 같은 단기 대응보다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은 (한은의)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보다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낮추기 위해선 어떠한 구조 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과일 등 가격 변동성이 높은 농산물의 경우 생산성 제고·비축 역량 확충·수입선 확보 등 공급 채널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요 측면에선 소비 품종의 다양성을 끌어올리면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지고 가격 변동 시 대처도 유연해질 수 있다고 봤다. 농산물·의류의 고비용 유통 구조는 효율을 높이고 채널을 다양화하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요금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단계적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취약계층 선별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임웅지 한은 물가동향팀 차장은 "공공서비스 적자를 계속 놔두면 투자가 안 되고,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가격이 낮으면 과다소비를 부추기고 미래 세대가 적자를 갚아야 하는 세대 간 불평등 문제도 있는 만큼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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