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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최태원 이혼소송 핵심 떠오른 ‘이 기업’...SK가 통신 진출 위해 만들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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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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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모태가 되는 회삽니다. 그러니까 이 회사에 대한 가치 산정이 SK의 가치를 따져보는 근간이 되겠죠.”

지난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에 상고 의사를 밝히며 이 기업을 콕 집었다. ‘SK C&C’다.

SK㈜로 지금은 합병된 SK C&C(옛 대한텔레콤)의 과거 주식 가치가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이혼소송에서 쟁점으로 부상했다.

SK㈜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 부부공동재산인지 여부와 분할 비율의 적정성을 따지려면 SK 모태가 되는 SK C&C 가치 산정이 올바르게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SK㈜ 주식과 직결된 SK C&C...어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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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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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재계에 따르면 SK C&C는 1991년 유공과 선경건설이 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만든 회사다. 당시 이름은 대한텔레콤이었다.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SK 지주사인 SK㈜ 지분을 17.73% 보유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 주식 대부분이 최 회장이 1994년 인수한 대한텔레콤 지분에서 왔다.

당시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1994년 11월 당시 누적적자 수십억원 이상인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SK C&C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SK그룹은 최 회장→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최 회장이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SK C&C를 통해 법적 지주회사인 SK㈜를 장악하고, SK㈜는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를 지배하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다시 SK C&C의 지분을 가진 구조였다.

SK그룹은 2009년 SK C&C 기업공개(IPO)를 추진했고, 2015년 SK㈜와 합병해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가 됐고, 최 회장은 그룹의 최대 주주가 됐다. 현재 SK C&C는 SK㈜의 사내 독립 기업(CIC) 형태로 돼 있다.

“승계상속형 사업가”...아내 내조보다 부친 기여 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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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K수펙스추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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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전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이 아니라 ‘승계상속형’ 사업가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을 승계상속형 사업가라고 보는 근거에 바로 SK C&C, 옛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치가 놓여 있다. 항소심 재판부에서 이 가치를 선정하는 계산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최 회장의 기여도가 더 큰 것으로 전제하고 최 회장에 내조한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 1조38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 분할을 판결했다.

하지만 두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주식 가액을 주당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라고 보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든다.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이 아닌 승계상속형 사업가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SK C&C는) 최 선대회장 생존 시기에 다른 IT 기업에 비해 엄청난 성장을 한 반면, 선대회장 사망 이후에는 다른 IT 기업들의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재판부에 이 오류에 기반해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도를 반대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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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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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의 기자회견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오류를 수정, 최 회장과 최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각각 160배와 125배로 바로 잡았다. 다만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주문은 바꾸지 않았다.

재판부는 18일 판결문 수정에 관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며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자료에서 최 회장과 선대회장뿐만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노 관장 측이 SK그룹의 성장에 무형적 기여를 했다는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를 토대로 한 재산 분할 비율 65:35 등의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종현 회장이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던 배경은 사돈 관계였던 노 관장의 부친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룹 경영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으로 인식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경영활동과 성과를 이뤄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판결에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가 나중에 발견돼 이를 사후에 경정함으로써 번거롭게 해드린 점에 대하여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과 달리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대한텔레콤 주식을 매입했다는 전제하에 (SK C&C 과거 가치 관련) 계산 오류까지 바로잡으면,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할 수 있고 재산 분할 비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 특유재산이란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각자 소유하고 있던 재산, 혼인 중에 한쪽이 상속·증여로 취득하게 된 재산 등을 뜻한다.

보통 이혼 소송에서 특유재산은 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기여가 없는 만큼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특유재산의 유지·관리·증식을 부부가 함께했다면 예외적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돼 기여도만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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