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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엔비디아 ‘가상자산 의존’ 감췄나…미 대법원 간 ‘2018년 어닝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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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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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주주들이 미국 대법원에서 맞붙게 됐다. 엔비디아가 높은 가상자산 의존도를 의도적으로 감췄다는 의혹을 둘러싼 집단소송이 대법원까지 간 것이다. 거액의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18일 미국 연방대법원 누리집을 보면, 법원은 주주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을 기각해달라는 취지로 엔비디아가 낸 상소 신청을 17일(현지시각) 받아들였다. 소송을 기각하지 않기로 한 하급심의 결정을 대법원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엔비디아와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소송의 계기는 엔비디아가 ‘어닝 쇼크’를 냈던 2018년 불거졌다. 그해 엔비디아의 3분기(8~10월) 매출은 회사가 제시했던 전망치(32억5천만달러)보다 적은 31억8100만달러에 그쳤다. 회사의 4분기 전망치도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시장의 시선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밝혀진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에 쏠렸다. 당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게임뿐 아니라 가상자산 채굴 용도로도 활발하게 쓰이고 있었는데, 채굴업체의 수요가 줄면서 엔비디아 실적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시장에서 받은 충격은 실적 발표 직후 이틀간 엔비디아 주가가 28% 넘게 빠졌을 정도로 컸다.



엔비디아의 ‘가상자산 의존도’를 뒤늦게 알게 된 데 대한 주주들의 분노도 뒤따랐다. 가상자산 시장은 통상 변동성이 큰 만큼, 주주 입장에서 회사의 높은 가상자산 의존도는 우려 요인이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가상자산 관련 매출 일부를 가상자산이 아닌 게임 부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프리즘그룹은 회사가 이런 방식으로 숨긴 가상자산 관련 매출만 2017년 5월~2018년 1월 8억9400만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의 11.5%에 해당한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에서) 가상자산의 비중은 작다”고 발언한 것도 문제가 됐다.



엔비디아는 원고 쪽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와 경영진이 가상자산 관련 매출의 규모를 파악했으면서도 고의로 숨겼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소송이 진행돼 원고가 승소할 경우, 손해배상 규모는 주주가 본 손실 등을 토대로 결정된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2018년 ‘어닝 쇼크’ 당시 이틀간 300억달러(약 4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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