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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2시간 뒤 굳은 얼굴로 나타난 추경호…여의도엔 국회가 둘이라는데, 원 구성 마지노선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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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박찬대 원대회동 협상 불발
상임위 배분 놓고 與野 대치 장기화
국회의장 “6월 국회 일정 지키겠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야는 상임위원회 배분 등을 놓고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여야는 기존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에 나섰다.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전환한 회동은 2시간가량 진행됐으나, 양측은 이날도 국회 원 구성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동을 마친 후 굳은 얼굴로 나타난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기존의 입장·논리를 서로 설명하고 확인하는 대화가 길었다”며 “결론적으로 오늘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내일(18일)부터 양당 원내수석 간에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역시 “오랜 시간 서로의 입장과 논리에 대한 설득이 있었지만, 아직 좁히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지난 10일 11개 상임위원회 구성을 하고 나서 오늘까지 일주일이 경과됐다. 추가적인 진전이 없는 부분에 대해선 우리도 답답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국회 임기 초반부터 이견을 보이는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주요 기능인 입법과 행정부의 감독 활동이 이뤄지는 장(場) 역할을 한다. 외교와 국방, 환경 등 18개 분야로 구분해 정부 각 부처를 소관 기관으로 두며 해당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의원들이 활동하는 방식이다.

매일경제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 구성과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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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를 놓고 갈등이 심화했다. 국민의힘은 국회법상 관례 등을 들어 여당이 운영위, 제2당(국민의힘)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민주당은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뒤 ‘반쪽 국회’로 활동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보이콧’을 선언한 뒤 자체적으로 당내 15개 정책 특별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입법부 분열이 심화해 여야가 각자 따로 정책을 논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원 구성에 대해 “제1당(민주당) 11개, 제2당(국민의힘) 7개가 합당하다고 판단한다”며 “민주당이 18개 위원장을 모두 맡는 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나머지 7개 상임위까지 독식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남은 상임위를 받아들이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국민께서는) 여야가 협상을 종료한 상황이 아닌 만큼 조금만 더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우 의장은 6월 임시국회 일정을 차질 없이 지키겠다는 목표다.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등 일정이 산적해 있다는 데서다. 원 구성 협상 마감 시한을 우 의장이 명확히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내주 초반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양보는 원내대표끼리 해야 하는 일”이라며 “국회의장이 (각 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접 거론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 협의를 좀 더 속도감 있게,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게 국회의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 지도부가 워낙 강성인 데다 국민의힘이 무력한 상황이어서 합의점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상임위와 국민의힘 특위를 두고 여의도에 국회가 2개라는 농담까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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