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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연금과 보험

툭하면 비급여 주사… ‘실손보험금 청구’ 76%가 동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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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주사 놓고 해열제로 청구”

1차 병원 보험금 2년새 2.6배 늘어

보험사, 과잉 진료에 지급액 11%↑

“비급여 진료 가이드라인 제정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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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A 씨는 피로 해소를 위해 수액을 맞으려고 한 의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은 실손보험이 있는지 물은 뒤 약관상 보장되지 않는 영양제 주사를 놓고는 비급여 해열진통제로 표기해 보험사에 청구했다. 올해 해당 병원이 A 씨가 가입한 손해보험사에 신청한 비급여 주사제 월평균 청구액은 2021년 대비 7배로 급등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50대 B 씨는 한 한방병원에서 줄기세포 무릎주사 비용으로만 1450만 원을 결제했다. 그 대가로 1년 치 침 치료와 퇴원 한방첩약 3개월 치를 약속받았다. 무릎주사 비용은 B 씨가 가입한 손보사에 실손 청구됐다.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같은 비급여 항목의 지급액이 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다. 최근 들어 과잉진료 우려가 큰 1, 2차 병원의 실손보험금 지급액도 증가 추세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실손보험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과잉진료에 실손 손해율 130% 육박

1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28.0%로 전년 동기(126.3%)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전체 손해율(122.6%)과 비교하면 5.4%포인트 올랐다.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적자를 보는데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가 꼽힌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급여 본인부담금+비급여)의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비급여 항목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금액을 정해 병원마다 의료비에 차이가 있다.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도수치료 진료비 최고 금액은 19만1000원이었던 반면 의원급 기관은 60만 원에 달했다.

실제로 올해 1∼5월 5개 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3조8443억 원으로 전년 동기(3조4580억 원)보다 11.2% 늘었다. 특히 비급여 지급액이 11.3% 증가했는데 지난해 2.0% 늘었던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 의원급에서 비급여 주사 보험금 76% 청구

최근에는 1, 2차 병원을 중심으로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동네 의원 등 1차 병원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월(2476억6100만 원)보다 6.4% 늘어난 2634억19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차 병원의 지급보험금 역시 6.0% 증가했다.

특히 1차 병원은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 항목의 비중이 크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 올해 1분기 비급여 주사제에 지급된 보험금 중 1차 병원의 비중은 76.3%에 달한다. 1차 병원에서 받아간 보험금 규모는 2년 새 2.6배로 불어났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인 3차 병원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2월 1279억1900만 원에서 지난달 1012억2900만 원으로 20.9% 감소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의료 파업으로 필수 의료 수요가 있는 3차 병원의 지급보험금이 줄어든 것보다 1, 2차 병원의 비급여 치료 증가가 더 두드러지면서 전체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며 “손해율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 정보, 가격 등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문제 비급여 항목의 경우 진료 적정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과잉 진료를 방지해야 한다”며 “자기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상품 구조를 개편해 비급여 항목 소비가 쉬워지는 분위기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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