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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동네병원 휴진신고 4%뿐…맘카페선 “쉬는 병원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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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을 하루 앞둔 17일 경기도 수원의 한 의원 입구에 휴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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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17일 휴진에 나선 데 이어 전국 동네 병·의원 일부가 18일 하루 휴진하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을 벌인다. 서울성모·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 교수 일부도 동참한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18일에 이어 다음달 4일부터 최소 일주일 휴진을 결정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18일 범의료계 집단휴진을 하고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불가피하게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의협은 전날 정부에 의대 증원안 재논의 등 세 가지 요구안을 제시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획대로 휴진을 펼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의협은 “정부는 끝내 의료계의 진심을 외면하고 무참히 거부했다”며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 추진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엄청난 위협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사들만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도 했다. 또 “정부 폭정을 막을 방법은 단체행동밖에 없음을 국민들도 이해해 달라”며 “의료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응원해 달라”고 했다.

의협의 집회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에서 ‘정부가 죽인 한국 의료, 의사들이 살려낸다’ 주제로 열린다. 개원의와 봉직의, 의대 교수 등 전 직역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인터넷 의사 커뮤니티에는 휴진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글쓴이는 “하루 쉬면 손해가 막심하지만 그냥 진료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돈 몇백에 업무정지 나와도 감수하기로 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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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을 하루 앞둔 17일 전남 나주시의 한 의원 입구에 휴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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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13일까지 받은 휴진 신고 현황에 따르면 전국 3만6371곳 의료기관(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1463곳(4.02%)이 휴진을 예고했다. 2020년에 의협이 주도한 휴진에 개원의 참여율이 10%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휴진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2020년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휴진 신고를 안 하고 문을 닫는 곳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실제 휴진율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협은 정부가 내린 사전휴진신고명령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문을 연 뒤 한 시간 만에 닫는다거나, 오전만 쉬는 방식으로 변칙휴진에 나서겠다는 곳도 있다.

정부는 17일 지자체를 통해 전국 3만여 동네 병·의원에 등기우편으로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의거해 즉시 환자 진료 업무를 개시해 달라”는 내용의 업무개시명령을 발송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8일 당일 오전 9시에 문자로 일괄 한 차례 더 명령을 내릴 것”이라며 “이후 전화 등으로 휴진 여부를 파악하고 휴진율이 30% 이상이면 현장에 나가 채증하고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협 회장 등 집행부 17명에게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교사 금지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또 이날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한 의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환자단체는 “환자 불안과 피해를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성명에서 집단휴진에 대해 “벼랑 끝에 놓인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역 맘카페에선 휴진 병·의원 리스트를 공유하며 “언제라도 곤란한 상황을 안 겪으려면 이참에 병원을 옮겨야겠다” 등 불매운동 목소리도 나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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