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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종합부동산세 폭탄 논란

대통령실 '종부세 폐지' 깜빡이…국회ㆍ세수 부족 등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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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성태윤(왼쪽)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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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2005년 이후 도입 20년째를 맞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에 불을 붙였다. 20여년이 지난 뒤 종부세가 중산층을 겨냥하고,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등 제도적 효과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대통령실은 ‘종부세 폐지’ 깜빡이를 다시 켰지만, 드라이브를 걸기엔 국회와 재정 악화 우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하면 재산세에 일부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다만 종부세를 당장 전면 폐지하면 세수 문제가 있으므로 사실상 전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종부세 대상을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 가액 총합이 아주 높은 다주택자에게만 종부세를 매기는 대신, 일반적 주택 보유자와 보유주택 가액 총합이 높지 않은 다주택자에게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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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대통령실이 종부세의 ‘사실상 전면 폐지‘를 언급한 것은 두 가지 요인이 크다. 주택 가격 안정효과는 낮고, 오히려 세 부담이 임차인(세입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어서다.

종부세는 9억원(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 이상 부동산 보유자에게 매기는 세금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고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05년 도입됐다. 도입 초기엔 초고가 주택이나 다주택자 보유자에게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부자세’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2018년부터 공시가격, 종부세율 등이 높아지면서 종부세 납부대상이 급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택부 종부세 납부(고지) 대상자는 2022년 기준 119만5430명으로 3년 전(51만7120명)보다 2.3배 증가했다.

현 정부 들어 종부세 대상자는 크게 줄었다. 지난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41만2316명으로 1년 새 66%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공정시장가액 비율 인하 같은 규제 완화가 영향을 줬다.

하지만 한국경제인협회가 KB주택가격동향, 통계청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종부세 체계가 개편되지 않으면 2030년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의 11%가량이 종부세를 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 개편의 동력을 제공했다. 지난달 30일 22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를 거론했다. 박 원내대표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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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종부세는 같은 보유세인 재산세와 이중과세라는 논란의 중심에도 서 있다. 세금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 행정비용을 늘리고 경제 주체들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성 실장이 중장기적으로 ‘종부세 폐지, 필요 시 재산세에 흡수’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부세 개편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 이번 정부 출범 첫해에 주택 수가 아닌 가격에 따라 종부세를 부과하는 식의 다주택자 중과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2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만 폐지됐다.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민주당 반발에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중과세율(최고 5%)은 유지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종부세 폐지론’에 힘이 실리기 위해선 국회뿐 아니라 ‘세수 부족’이라는 파고도 넘어야 한다. 국세인 종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부동산교부금’으로 100%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한다. 종부세가 줄어들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부동산교부금을 보전해달라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더욱이 지난해 종부세가 줄면서 정부가 각 지자체에 나눠준 부동산교부세액은 4조960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전문가들도 종부세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를 손보겠다는 취지 중 하나가 징벌적 과세를 없애겠다는 건데, 초고가 1주택 소유자 등에 대해서만 남겨 놓는다는 건 이들 입장에선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당장 종부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도를 살짝만 다듬는 식은 본질적인 해법이 아닌 만큼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고 과표별로 전반적으로 재산세율을 조금씩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종부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종부세 대상 부동산은 현재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방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 종부세를 유지하되 부작용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김민중·이우림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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