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공동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식품 물가가 3%, 전체 물가는 0.3~1.2%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 국가가 물가상승률 목표를 2%대로 설정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니다. 기후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양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전근대적인 농산물 생산과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농산물 수급이 불안정해 기후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기후 문제라면 여름철 폭염과 물난리, 겨울철 혹한 등 자연재해를 먼저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 문제가 일상의 경제적 삶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물가 상승이 실질소득을 떨어뜨리고 가계지출을 위축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추세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때문에 정부의 경제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배제하고 수립·운용하는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은 경제 현실과 어긋나면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생태계와 인류문명 보호를 위한 전 세계적 탄소배출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좀처럼 저지되지 않는 지구 온난화가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는 일이 보다 시급하다. 특히 더 불안해질 수 있는 농산물 수급을 구조적으로 안정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갈수록 커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한 재정·통화정책 전반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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