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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평양서 푸틴·김정은 만날 때, 서울선 한·중 손잡는다…한반도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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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한반도에선 북·러 정상회담과 한·중 고위급 회담이 동시에 이뤄진다. 남·북·중·러 간 치열한 외교전이 예고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년만의 방북이라는 역대급 이벤트를 통해 북·중·러 연대를 가속화하기 위한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은 서울서 한국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입장에선 벌써부터 감지되는 북·중·러 사이 미세한 균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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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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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최소'로 유도해야



푸틴의 방북 시 북·러 관계 격상, 군사·경제 협력 심화, 북한 근로자 파견 확대 등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하나하나 그 결과에 따라 동북아 안보 구조의 판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대형 이슈들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근 연일 한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러 관계를 의식하며 북한과 협력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푸틴은 지난 5일 "한국이 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이에 정부는 러시아를 향해 북·러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 국면에 한정된 '시한부'인 반면 한국과의 미래 파트너십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 또한 전쟁이 끝난 후 한국과 다방면으로 협력할 생각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관계 관리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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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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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양국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삼은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넘지 않았듯, 한국 또한 러시아의 대북 핵심 군사기술 이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사를 재차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中은 '최대'로 움직여야



지난달 차관급으로 격상돼 내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또한 한국엔 기회 요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난 12일 "푸틴의 방북과 비슷한 시기에 전개되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등을 전부 고려하면서 철저하게 주요 우방과 전략적 파트너가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과 궤를 같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포장될 북·러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가운데 서울에선 한·중 고위급이 만나 협력을 약속하는 그림 자체가 북·중·러 연합 구도에 김을 빼는 효과를 지닌다. 중국으로선 다소 부담스러운 타이밍일 수 있는데도 일정을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외교가에선 최근 북·러 간의 도 넘은 밀착이 역설적으로 한국이 중국을 견인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길 희망하는 북한이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은 '동북아 내 유일한 핵보유국'인 중국에겐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북·중 간에는 올해 수교 75주년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중국도 참여한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이례적으로 공개 반발했다. 중국은 최근 북·중 정상의 친교를 상징하는 다롄의 '발자국 동판'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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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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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상황에서 북한 또한 한·중, 한·러 관계를 최대한 갈라치기 하며 신냉전 구도 고착화에 애를 쓸 거란 우려가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은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를 생존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절실하게 강화하려고 한다"며 "최근 북한이 '한국과 따로 살겠다'며 주장하는 '두 국가론' 또한 중·러가 북한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는 데 있어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가능한 한' 불안하게



한편 푸틴의 방북을 기회 삼아 러시아와 밀착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김정은과 달리 푸틴은 방북 자체를 최대의 선물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의 속내에도 푸틴이 평양에 오긴 오지만 '알짜'는 내주진 않을 거란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을 거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대리는 "푸틴이 북한에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업데이트를 해줄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며 "다만 북한에 줘도 아깝지 않은 군사 기술은 어느 정도 내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푸틴은 김정은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러시아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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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아우루스'에 함께 승차한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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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북한은 1961년 옛 소련과 맺은 조약에 포함됐다 지금은 사라진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되살리길 희망하지만, 러시아는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는 푸틴의 2000년 7월 방북 당시 맺은 조약(친선·선린 및 협력에 관한 조약)에 따라 '쌍방 중 한 곳에 침략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략) 즉각 접촉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6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북·러 간에 보다 폭넓은 협력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으며 군사 안보 측면에서도 일부 사항은 과거 방식과 비슷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도 있다"며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961년 조·소 우호조약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각국과 다양한 수준의 군사·안보 협력을 진행하지만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사실상 아르메니아가 유일하다"며 "동북아와 국제 정세에 불러올 심각한 파장을 고려하면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포함한 상호방위조약이 북·러 간에 체결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 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한 후 북한은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는 데 양국이 공감과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재정의할 새로운 조약이 탄생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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