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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프랑스·일본 친구들이 좋아하더라고요” 20대 뉴요커가 선택한 뜻밖의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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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걸크러시] 자연공작소 백가연 대표

'임금님의 간식' 김부각, K-푸드로 알린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편집자주] 당찬 매력을 지닌 여성. 우리는 '걸크러시'라 부른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농촌에 부는 걸크러시 바람도 강력하다. 뉴스1과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이들 여성농업인들의 성공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농촌 걸크러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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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남 나주시에 위치한 자연공작소 사무실에서 만난 백가연 대표(29)가 주력 상품인 김부각을 소개하고 있다. 2024.6.10/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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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마치 백화점에서 산 고급 화장품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트렌디한 패키지. 봉투를 뜯으면 방금 만든 듯 싱그러운 향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적당한 크기에 새우와 견과류가 콕콕 박혀 있어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다.

'임금님의 간식'이라고 알려진 '김부각'이 자연공작소 백가연 대표(29·여)의 손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맞춰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섬유질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한국인의 요오드결핍 감소에 기여하는 '김'의 영양분을 마음껏 섭취할 수 있는 비건 식품인 김부각. 다만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조리와 장기저장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백가연 대표는 뉴욕과 상해에서 유학하던 중 인스턴트와 서구 식단에 길들여진 친구들을 봤다. 이들이 K-푸드에 열광한다는 점을 캐치한 백 대표는 전통 식품의 프리미엄과 트렌디함을 바탕으로 창업 아이템을 찾게 됐다.

"프랑스와 일본 친구들이 김을 좋아하더라고요. 태국에서는 '김 스틱'을 먹기도 하고요.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김부각을 떠올렸죠."

백 대표는 김부각 사업을 마음 먹은 뒤 곧장 고향인 전남 나주로 내려왔다. 직접 농사를 지어 원료로 쓰려고 보니 넓은 부지가 있는 지방이 적합했기 때문이다.

김 수출 1위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김을 활용해 부각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듣고 가족들을 비롯해 주변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당시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던 백가연 대표에게는 창업 초창기에 들어가는 자본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백 대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창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이 사업을 확장 시키게 된다면 나라를 국위선양하고 지역에 이바지하기로 다짐했다.

창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예비창업패키지(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에게 시제품 제작과 지신재산권 취득에 소요되는 사업화자금을 최대 1억 원 지급하는 사업)를 바탕으로 2022년 6월 '자연공작소'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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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공작소 김부각./뉴스1DB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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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 이름을 딴 김부각으로 이름을 지을까도 고민해봤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고자 공예업체에서나 사용할 법한 '공작소'라는 이름을 따와 고급화했다. 자연에서 온 원물로 맛있고 바른 먹거리를 꾸준히 만드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연공작소 재료 선정의 조건은 '신선도'다. 봉투를 열었을 때 김과 토핑의 향내가 퍼지는 비결은 주문을 받는 즉시 제품을 만드는 것 덕분이다.

또 밀가루와 일반 찹쌀가루 대신 고급 나주백옥찹쌀로 만든 죽과 채수를 사용해 알알이 살아있는 식감의 김부각을 만들었다. 저온에 오래 튀겨 기름흡수가 과한 대량생산 김부각과 달리 백 대표의 김부각은 자체 개발한 튀김 도구로 2초 만에 튀겨 바삭하고 산뜻하다.

전통과 현대화를 접목한 기술도 눈에 띈다.

김에 찹쌀 바르는 작업은 전통인 수작업을 따르되, 저온 건조기에서 말리고 가위 대신 특수 스테인리스 칼이 장착된 컨베이어 벨트로 반드시 잘라 자동화 기계로 포장해 시간을 절약했다. 자동화 기계의 활용 등은 창업자금 상당수를 장비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평범한 김부각이 아닌 새우나 견과류를 넣은 김 부각을 출시했는데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새우 김부각에는 통새우가 콕콕 박혀있다.

저염 간식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간식으로도 인기가 많고 암 질환 환자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암 병동에서는 입소문이 나 공동구매로 백 대표의 김부각을 구매하기도 했다. 온라인 재주문율을 92%를 넘어섰다.

전공을 살려 중국 온라인 스토어인 타오바오에도 판매창을 개설해 세계 진출의 판로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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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공작소 김부각./뉴스1DB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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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전 덕분에 백 대표는 사업 시작 2년도 되지 않아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는 전남관광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원 사업 선정돼 로컬자원 활용해 자원 특화 미식 기념품으로 김부각을 선보이게 됐다.

하반기에는 김부각과 콩부각을 묶어 싱가포르에 수출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창업 당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부'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역 노인요양시설과 양로원에 김부각을 전달하고 시청과 행정복지센터에는 나눔 기부금을 기탁했다.

재주도 좋고 마음도 고운 백가연 대표의 목표는 우리나라 전통인 김부각을 K-푸드로 더욱 발전시켜 전세계로 진출시키는 것이다.

백 대표는 "내수시장도 초창기다 보니 아직 세계 진출이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천천히 수출을 도전하고 있다"면서 "'자연공작소'를 통해 대한민국 기업, 전남 기업의 탄탄함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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