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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싱겁게 먹기',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줄이는 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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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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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 남성 A씨는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측정한 혈압이 136/88㎜Hg로 나와 3개월간 싱겁게 먹고 채소를 많이 먹고,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한 뒤 혈압을 다시 측정해 고혈압 약 복용 여부를 정하자는 의사 권고를 받았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질 수 있고, 칼륨이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으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해 혈압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은 혈장량 유지, 산-염기 균형, 신경 자극 전달 그리고 정상적인 세포 기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다. 따라서 소금이 귀하던 시절에는 고가에 거래됐다. 이러한 이유로 월급을 뜻하는 'Salary' 어원이 로마 시대 군인들에게 꼭 필요한 고가의 소금(라틴어로 sal)을 살 돈을 지급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금을 구하기 쉬워진 현대에는 건강한 사람에게서 나트륨 결핍은 극히 드물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해 문제다. 전 세계 성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310㎎으로 소금으로 환산하면 하루 10g이 넘는다. 이는 소금을 하루 5g 미만으로 섭취하라는 WHO 권고치의 2배를 넘어선다. 소금 과다 섭취는 고혈압, 심혈관 질환, 위암, 비만, 골다공증, 만성콩팥병 등의 발병 위험을 높여 전 세계적으로 매년 189만 명의 사망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금 섭취량이 과다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이를 희석하기 위해 체내에 물을 축적하게 되고, 이에 따라 세포 주위의 수분량과 혈관 내 혈액량이 모두 증가한다. 혈액량이 늘어나면 심장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혈관에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 심장 과부하와 혈관 압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을 유발하게 된다.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콩팥에서 체내 잉여 수분을 체외로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져 혈압을 높이며 이는 콩팥에도 영향을 줘 만성콩팥병을 일으킨다. 또한 소금 과다 섭취는 콩팥 기능 저하의 주요 지표인 단백뇨를 증가시킨다.

소금 과다 섭취는 골 형성을 감소시키고 골 재흡수를 증가시키며, 뼛속 칼슘을 배출해 골밀도 감소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금 과다 섭취가 위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금이 위궤양이나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금 섭취를 줄이려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가공육 대신 신선한 고기, 닭, 생선을 주로 먹어야 한다. 그리고 가공식품을 살 때는 식품성분표를 확인하여 나트륨 함량이 적은 것을 고르고, 짠 각종 양념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소금 대신 허브, 고춧가루, 후추, 식초 등으로 음식 맛을 내고, 외식보다는 집밥을 주로 먹는 게 좋다.

지난 12일 의료계, 학계, 산업계, 언론, 소비자,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나 활동가 등 60명으로 구성된 '제3기 저염·저당실천본부'가 출범해 나트륨과 당류 줄이기 실천 운동을 독려하고 국민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WHO에 따르면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은 건강 증진과 만성질환 예방에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이며,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사업에 대한 투자가 12배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싱겁게 먹기' 실천을 통해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도록 하자.
한국일보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제3기 저염·저당실천본부 출범식이 지난 12일 김유미 식약처 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식약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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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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