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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작전세력 개입 의혹’ 휩싸인 코스닥기업 셀피글로벌[개미 울리는 무자본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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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글로벌, 지난해 3월 주가 778원으로 거래정지

피해 입은 소액주주들 조합 결성…‘회사 정상화’ 착수

헤럴드경제

코스닥 상장 기업인 셀피글로벌의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3월 주가 778원으로 거래가 정지되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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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스마트카드 제조업체로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은 ‘셀피글로벌’. 현재 상장폐지 여부 심사를 받고 있는 이 코스닥 기업의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 지난해 3월 주가 778원으로 거래가 정지되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피해 투자자들은 이 같은 배경에 작전 세력의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악용한 주가 조작과 횡령 등이 있었다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유망했던 셀피글로벌의 시작…그리고 현재

셀피글로벌은 1998년 11월 설립된 신용카드 제조업체로 국내·외 카드사와 금융사에 신용카드를 공급하며 성장했다.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후 줄곧 안정적 매출을 내왔지만, 2022년 6월 창업주인 김모 씨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A사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21년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던 A사는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며 신용카드 제조업과는 관련성이 없었음에도 인수 자금 대부분을 사채 시장에서 차입해 셀피글로벌을 인수했다. 특히 A사는 창업주 김씨의 지분을 191억원에 인수했는데, 셀피글로벌 주식을 담보로 대부업체인 B사 등으로부터 183억원 가량을 빌렸다. 당시 B사는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셀피글로벌 인수 이후 A사는 이차전지 등 신사업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매수 의견 보고서를 냈고, 2000원 안팎이던 주가는 한때 5170원까지 급등했다. 새로운 경영진은 호재성 공시를 하며 주가를 부양했지만, 실제로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사는 인수한 지 한 달 만에 셀피글로벌을 화장품 무역업체인 C사에 넘겼다. 하지만 C사도 자본잠식 상태인 건 마찬가지였다. 이후에도 셀피글로벌의 주가는 급락을 반복했고, B사는 셀피글로벌의 주가가 2000원대로 떨어지자 반대매매를 실행했다. 결국 2023년 3월 셀피글로벌은 주가 778원을 끝으로 거래정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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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글로벌 주식차트[네이버증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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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글로벌’ 둘러싼 소액주주조합-現 셀피 경영진 간 대립

현재 셀피글로벌에 투자했다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받게 된 근본적 배경에 무자본 인수합병(M&A)을 악용한 주가 조작 세력의 개입과 이들의 배임·횡령 등의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셀피글로벌 현 경영진 측이 즉각 의혹을 반박하면서 주가 조작 의혹과 자회사 자금 횡령 혐의 등을 놓고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셀피글로벌 사태가 외부 사채 자금을 끌어와 회사를 인수하고, 호재성 공시로 주가를 부양한 뒤 고점에서 주식을 매도해 이득을 취하려는 ‘무자본M&A를 활용한 불공정거래’의 전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셀피글로벌의 인수와 주가 폭락, 거래정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안모 씨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며 그를 ‘기업사냥꾼’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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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피글로벌 주식 종합정보[네이버증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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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들로 이뤄진 셀피글로벌주주조합은 지난 13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안씨가 측근들을 셀피글로벌 경영진으로 앉히고 주가 부양 작전을 펼쳐 왔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조합의 대표 조합원인 윤정엽 씨는 “피해 주주들 가운데선 주변에 셀피글로벌 주식을 추천했다 거래정지가 된 이후 스트레스를 받아 돌아가신 분까지 있다”며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시장교란범 안씨에 대해 반드시 응분의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이어 피해 주주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설명하며 “8월 말까지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심의가 연기된 상황이라 그때까지는 최대한 회사를 살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를 제조하는 업체가 국내에 약 4곳 뿐”이라며 “셀피글로벌을 유망기업으로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 가운데 굉장히 힘든 생활을 겪고 있는 분들이 많다. 조속히 회사 정상화를 도모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셀피글로벌 서울 본부에서 받은 주주명부를 토대로 조합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 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조합 가입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주주명부에는 ‘전화번호’가 아닌 ‘주소’만 나와 있어 전국에 있는 피해 주주들을 찾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 한다’는 게 절박한 심정이 담긴 이들의 현재 상황이다.

현재 소액 주주들은 셀피글로벌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난 4월 셀피글로벌주주1호조합을 만드는 등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들 조합은 현재 셀피글로벌의 지분 14.72%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반면 셀피글로벌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현 경영진은 셀피글로벌을 무자본M&A 한 세력이 아니며, 거래정지 역시 전임 경영진이 회계감사에 부실 대응해 야기된 것”이라며 “소액주주 측이 안씨와 경영진을 두고 무자본M&A를 악용한 주가 조작과 횡령 등으로 주권매매 거래정지 사태를 야기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거래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 경영진과 거래정지 책임이 있는 전임 경영진은 다르다”고 강조하며 “셀피글로벌은 지난해 3월 2022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사유로 현재까지 거래정지가 계속되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과 거래정지 책임이 있는 전임 경영진 전부는 같은 해 3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해임되거나 사임해 인적 구성이 완전히 다를 뿐더러, 셀피글로벌의 거래정지 사유는 ‘감사의견 거절’이지 ‘주가 조작’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기주총에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에 패배한 소액주주조합의 주도적 세력이 각종 소송을 제기한 뒤 대부분 패소하자,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현 경영진을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각종 소송에서 법원의 사법적 판단 결과로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라며 “소액주주조합 측 허위사실로 거래소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 측 “안씨는 기업사냥꾼” vs 셀피 측 “명백한 허위”

셀피글로벌 투자 피해 소액주주들은 안씨가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여러 차례 연루돼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안씨가 측근들을 셀피글로벌 경영진으로 앉히고 주가 부양 작전을 펼쳤지만, 주가를 부풀리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자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잠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셀피글로벌 측은 안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대신 반박했다. 셀피글로벌의 법률대리인은 “안씨는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전력이 없고, 셀피글로벌의 주가 부양 작전을 펼친 적도 없으며 자회사 자금을 횡령하거나 잠적한 사실 역시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씨가 자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수사기관 또는 사법기관의 판단은 존재하지도 않고, 오히려 소액주주조합 측은 자신들이 제기하는 의혹으로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이를 토대로 또 다시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허위 주장 유포에 따라 셀피글로벌은 주가조작으로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인물에 의해 경영진이 구성됐다는 사회적 평가가 형성됐다”며 “이는 안씨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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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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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M&A 악용’ 자본시장 범죄 근절 어렵나

무자본M&A는 이른바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특정 세력 등이 주로 자기 자금보다는 차입한 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기업 인수자가 정상적인 회사경영 보다는 회사를 통해 조달한 거액의 자금을 유용하거나 인수한 주식의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을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불공정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

크게는 세 가지 유형으로 무자본M&A 범죄를 나눌 수 있다. 우선 ‘무자본 인수 단계’에서 상장사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했음에도 대량보유(5%) 보고서에 관련 사실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두 번째로는, ‘자금의 조달이나 사용 단계’에서 거액의 사모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주식의 고가 취득 등 방식을 통해 유용했음에도 정상적 거래인 것처럼 회계처리하는 유형이 있다. 마지막으로, ‘차익실현 단계’에서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신규 사업 진출 등과 같은 허위의 호재성 정보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위계를 사용하고 작전세력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하는 유형으로 범죄가 나타난다.

금융 전문인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셀피글로벌 사례는 금융감독원이 투자 유의 사항으로 언급해 왔던 범죄 유형에 그대로 들어맞는다”며 “미공시 내지 허위공시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하는 한편, 사후적으로는 결국 주가조작 세력의 범죄수익을 초기에 철저히 추적 내지 동결,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 당국은 약탈적 M&A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포함한 주주들의 피해 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 권리가 없는 나라’의 공저자이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지낸 피보나치자산운용의 김규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변호사)도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시행하면 무자본 M&A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 등이 상당 부분 제어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는 최대 주주가 M&A를 할 때 의무공개 매수 물량을 50%+1주까지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100%를 다 인수하거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도입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문제들을 실효적으로 제어하기는 다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조작 작전 세력이 시세조종을 하는 경우 이를 엄격하게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다면 상당히 제어를 할 수 있겠지만, 형사적으로 수사 절차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며 “처벌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주주들이 본 엄청난 손해를 보전해주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영미식으로 배임·횡령 등 책임이 있는 이사들이 피해를 본 주주들에게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만들거나 100%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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