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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취재썰] "모두 말렸다"...조국의 100일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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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에 앞장서야"

"검찰 개혁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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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창당 100일 기념행사(지난 6월 11일)〈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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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창당하겠다'라고 하자, 당시 아는 사람 모두가 말렸습니다. 여의도 사람들, 정치를 좀 해봤다는 사람들, 평론가들 기자분들 거의 다 조롱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도 걱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 공학으로 판단하지도, 주판알을 튕기지도 않았습니다. 오로지 국민만 믿고 '길 없는 길'을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

지난 11일 조국혁신당 창당 100일 기념행사에서 조국 대표가 한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의심했지만, 조국혁신당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며 지난 총선의 실질적 주인공이 됐습니다. 창당 한 달여 만에 687만 넘는 표를 얻었고 12석을 확보하며 제3당으로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정당' '속 시원하고 통쾌하다'는 호평이 이끈 결과였습니다. 조 대표는 "벌써 100일이 아닌 이제 100일"이라며 앞으로도 범야권의 '개혁 쇄빙선'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본격 링 위에 오른 '조국혁신당'…핫이슈는 '화장실'?



조국혁신당은 제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습니다. 국회 입성 전부터 예고했던 3특검(△채상병 특검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 △한동훈 특검), 3국조(△라인 사태 △새만금 잼버리 사태·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에 본격 시동을 건 겁니다. '3년은 너무 길다'라는 슬로건처럼, 현 정권을 향한 대대적인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 대표는 동시에 '사회권 선진국'이라는 개념도 꺼내 들었습니다. 민생·노동·복지·주택·교육 문제 등을 국가가 책임져서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올리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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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배정 항의하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지난 6월 3일)〈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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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더 많은 이목을 끈 이슈는 다름 아닌 '화장실'이었습니다. 국회 본청 건물에서 조국혁신당에 배정된 사무실이 공교롭게 모두 화장실 앞에 있던 겁니다. 조 대표는 “당 대표실을 어떻게 화장실 앞을 주냐”며 “이렇게 한 예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항의 차원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고 있습니다. 조 대표의 불만에 공감한다는 누리꾼들도 많았지만 '회기 중 골프 금지', '비행기 비즈니스석 탑승 금지' 등 특권 폐지를 앞장서 외쳤던 혁신당의 선언이 무색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수포로 돌아간 '원내교섭단체'



이처럼 조국혁신당에 대해선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적은 '의석수'는 조국혁신당의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신에겐 12척의 배가 있다'는 말로 포장하기엔 원내 활동에선 이른바 '쪽수'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혁신당 의원 수는 12명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명에 못 미칩니다. 교섭단체에 속하냐 아니냐에 따라 혜택과 권한이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교섭단체는 정당 국고보조금을 우선 지원받는 건 물론, 모든 상임위원회에 간사를 파견할 수 있어 국회 활동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와 영향력이 비교섭단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거대 양당 중 어디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승패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의 역할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교섭단체 기준을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적 있지만, 지금은 없던 이야기가 되면서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습니다. 조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 선거 과정에서 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자고 말했지만 선거 이후 달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2일엔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개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군소 6개 야당이 한자리에 모여 교섭단체 구성을 논의했지만, 각 당의 사정이 다른 만큼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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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접수센터에 '한동훈 특검법' 접수하는 조국혁신당 박은정·차규근 의원(지난 5월 30일)〈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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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발의에는 10명 이상 의원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향후 상임위, 본회의 등 입법 절차를 거치려면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조 대표는 “거대 정당을 추종하거나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며 이익을 얻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아쉬운 건 조국혁신당입니다.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워질 수 있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이른바 '민주당 2중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존재감은 미미해지는 겁니다.

'조국'없는 조국혁신당은?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창당할 때부터 제기되어 온 걸림돌입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당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어김없이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조 대표는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혁신당의 의석수는 여전히 12석이고 여전히 원내 3당"이라며 "당이 해체되거나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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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의 참석하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황운하 원내대표(지난 6월 10일)〈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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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물리적으로 당이 붕괴하거나 해체될 가능성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국 대표 없는 조국혁신당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황운하 원내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초선입니다. 직장으로 치면 갓 입사한 신입사원인 건데, 그나마도 모두 지역 기반이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입니다. 국회에서의 영향력과 운영 능력 모두에서 한계가 분명한 겁니다. 게다가 황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진 않습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JTBC에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경험과 능력이 출중한 의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국 대표라는 구심점이 없어지면 정당으로서 정치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더 선명하게 더 폭넓게…이제는 성과 낼 때



조 대표는 앞으로 '대중 정당'으로 인정 받은 뒤 '수권 정당'으로 나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외연 확장을 위해 인재 영입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친문, 반문, 비문, 친명, 반명, 비명 이런 각종 기준을 가지고 택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다른 당 의원들과는 사안이나 정책별로 언제든지 협력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선명성'이었습니다. 검찰 독재 정권에 저항하고 윤 대통령을 심판하자는 목소리를 분명하게 제대로 낸 게 인기를 끈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JTBC와의 통화에서 "선명하게 하되 이제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과 협력할 건 하면서 민주당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일엔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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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국회 청소노동자와의 오찬 간담회(지난 5월 31일)〈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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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언제까지 '윤석열·한동훈 때리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여성, 환경, 성소수자, 청년, 실업자, 노동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검찰 개혁 프로젝트 정당 역할뿐 아니라 저성장·저출생·초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회권 선진국' 등 거대 담론뿐 아니라 연금 개혁 등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각론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이 만든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2년 뒤 지방선거에 대비해 부지런히 지역 기반을 닦아나가야 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조 대표 말처럼 여전히 조국혁신당은 '길 없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곳곳에 넘어야 할 고비가 많고 과제도 산적합니다. 이제 창당 100일을 맞은 조국혁신당, 앞으로의 100일 동안 어떤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줄지에 조국혁신당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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