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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젠 못 잡아먹어 안달"…서로 응원해주던 고민정·배현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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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시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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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거망동 말라.” “예우해줄 때 자제하길.”

최근 두 여성 정치인의 거친 설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고민정(서울 광진을, 재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현진(서울 송파을, 재선) 국민의힘 의원 얘기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놓고 배 의원이 ‘6000만원 기내식’ ‘셀프 초청’ 논란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배 의원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친문계 의원님들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마타도어(흑색선전) 말라고 하던데 약간 좀 코믹했다”며 “김 여사가 공중부양해서 혼자 하늘에서 도시락 들고 드신 거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김 여사가 인도 방문 당시 대통령 없이 타고간 전용기의 기내식 비용 6292만원 내용이 담긴 문건을 최근 공개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이튿날인 11일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부 자료에는 6292만원에 기내식 운송비 등 다른 비용이 같이 들어있다는 게 밝혀졌다”며 “더 이상의 경거망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재선 의원이 됐으니 반박할 때는 근거를 갖고 하라. 말꼬리 잡는 그런 정치는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받아쳤다.

이에 배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동료 의원으로서 예우해줄 때 입을 곱게, 경거망동을 자제하길 바란다”며 “고민정 전 대변인, 타지마할 좋았습니까”라고 썼다. 고 의원이 김 여사 인도 방문에 청와대 부대변인 자격으로 동행한 점을 비꼰 것이다.

고 의원이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서 더는 확전되지 않았다. 정치권 인사는 “아나운서 선배인 고 의원 입장에선 배 의원 도발에 굳이 더 싸울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배 의원도 더는 고 의원을 거론하지 않았다.

한때 둘은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였다. 고·배 의원은 각각 KBS·MBC 지상파 여성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정치권 입문도 각각 2017년(고민정), 2018년(배현진)으로 비슷했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고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배 후보가 희망의 자산이 됐으면 좋겠다”고 먼저 격려하자 이를 전해 들은 배 의원은 “덕담해주셔서 참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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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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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응원 덕일까. 두 사람은 나란히 첫 금배지를 달았고, 지난 4·10 총선 때도 승리해 함께 재선이 됐다. 하지만 막상 국회에선 두 사람이 별다른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고 한다. 각각 보건복지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고민정), 문화체육관광위(배현진)에 배치돼 상임위 활동이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야가 강경 대치하는 국회 상황으로 인해 사적 모임을 갖기도 어려웠고, 국회를 오가다 종종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하는 게 전부였다.

이렇듯 특별한 구원(舊怨)이 없던 두 사람이 갑자기 치받은 것은 여러 정치적 원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고 의원은 친명계가 득세한 상황에서도 비명계 최고위원으로서 소신을 내세워 정치적 무게감을 키웠다”며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문재인 정부를 때리는 배 의원을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인사는 “배 의원이 최근 민주당 진영을 본격적으로 때리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정숙 지키기’에 나선 고 의원을 좋은 타깃으로 봤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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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둘은 앞으로도 긴장 관계 놓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처럼 여야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서울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공통점도 이들의 라이벌 의식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치권에선 “고·배 의원 모두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실제 이웃 나라 일본에선 이들과 비슷한 경쟁 구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 달 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TV 뉴스 앵커 출신 스타 여성 정치인이 맞붙은 것이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1) 현 도쿄도지사와 무소속 렌호(蓮舫·56) 참의원 의원이 그들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서울 한강벨트에 지역구를 둔 고민정 의원과 배현진 의원은 대립각을 세울수록 각자의 입지가 강화되는 적대적 공생관계여서 긴장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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