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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한국 연봉이 더 높은데…일 잘하는 베트남인들 "일본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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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1.2' 일본도 외국 숙련인구 확보에 총력
2019년 특성기능제 도입 후 인기 상승...베트남서 1위
일본은 출국 전 교육에 투자...기업 원하는대로 훈련
불법체류율도 한국의 10분의 1..."양적 확보만 쫓지 말아야"

한국이 일본보다 외국인 근로자에 많은 연봉을 주고도, 장기적인 외국인 숙련인력 확보전(戰)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양적으로도 뒤지고 질적으로도 기술과 한국어 능력이 떨어지는 외국인이 들어와, 현지 교육과 자격 검증을 강화해야 하고, 외국인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고용허가제를 본질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의 인구 네배…외국인 근로자는 13배 많은 일본

머니투데이

왼쪽부터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과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책임연구위원,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김옥녀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교수, 이기중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정책실장./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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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본 정부 산하의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오학수 특임연구위원과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초빙해 한국과 일본의 중소기업의 외국인력 확보 전략을 비교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오학수 위원은 1991년부터 일본 현지에서 노동 시장을 연구해, 일본에서도 외국인 고용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일본은 합계출산율이 1.2로 한국(0.72)보다 높지만, 고령화는 빨라 10년 후면 전체 인구에서 15~65세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한국보다 노동력 확보에 더 열을 쏟고 있다. 본인이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2019년에 제도를 개정했고, 여성활약추진법과 청년고용촉진법으로 여성과 청년의 노동 참가를 확대했다.

그런데도 전국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자 외국인 근로자를 빨리 늘리고 있다. 2018년에 약 146만명이던 외국인 노동자가 지난해 205만명으로 5년 만에 약 30% 증가했다. 한국은 E-9(비전문 취업)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이 올해 기준 16만5000여명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인구는 네배 많은데, 외국인 근로자는 13배 많다.

일본과 한국 모두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외국인, 특히 숙련인구 확보전(戰)은 불가피하다는 게 토론 참가자들의 공통된 문제 의식이었다.


특정기능제 도입 후 외국인들 "한국보다 일본"

일본의 외국인력 정책은 현재로서 '기능 실습제'와 '특정기능제'로 구성된다. 한국의 E-9, E-7(숙련기능인력) 비자 제도와 구조가 비슷하다. 기능 실습제는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3개국 청년을 일본 기업이 비용을 들여 데려와 교육시키고, 인력으로 쓰는 제도를 말한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E-9 비자 제도와 비슷하다. 지난해 기능 실습제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41만여명이었다.

특정기능제는 한국의 E-7 비자와 비슷하다. 기능 실습제로 3년 이상 근무하면 외국어나 기능 시험 없이 숙련성을 인정받아 장기 근무할 수 있게 한다. 한국에 E-9 비자로 입국해 4년 근무하면 E-7-4 비자로 체류 기간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특정기능제도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2022년 33만명에서 지난해 60만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일본 정부는 기능 실습제로 입국한 외국인의 45%가 특정기능제로 전환한다고 본다.

특정기능제는 2019년에 도입돼 일본이 외국인 숙련인력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정기능제 1호는 최장 5년 취업할 수 있고, 2호는 무제한 체류에 가족도 동반할 수 있다.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특정기능제 도입 후에 외국인들 사이 일본의 인기가 커져, 유엔 국제이주기구 베트남 사무소가 지난해 베트남인 580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2127명이 일본을 이주목적국으로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국은 1위권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일본 내 이주민에서 인도네시아인도 지난해 기준 12만여명으로 전년보다 23.4% 증가했는데, 특정기능제 도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외국인 근로자 1명의 연봉이 일본보다 약 18% 많다. 그런데 일본에 비해 인기도 밀리고, 특히 불법체류자 비중이 약 20%로 일본 2.5%의 10배 수준이다. 오학수 위원은 "높은 연봉에 맞는 우수한 외국인을 도입하고 있는가, 외국인을 양적으로 많이 들여오려다 미스매치 등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았나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외국 인력을 도입할 때 기업마다 초기에만 한명당 800~900만원을 현지 교육비로 지불한다. 이에 현지 송출기관이 일본 기업의 수요에 맞게 일본어, 기술을 교육하고 일본에 출국시킨다. 오학수 위원은 "한국은 기업이 투자하는 게 별로 없다"며 "그런 공짜는 없다. 투자해야 원하는 인재를 얻는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이기중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외국인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니 "내국인 보호가 필요한 몇개 업종만 정해두고 네거티브 식으로 외국인 고용을 풀어줘야한다"고 제안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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