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진 우익 득세…중도우파 EPP는 몸집 유지
EU 집행위장 연임 가능성만큼이나 불확실성 커
국방력 강화·우크라이나 지원·반이민 정책 주목
[팜플로나=AP/뉴시스]유럽의회 선거가 지난 9일(현지시각) 끝나면서 극우 정당의 약진은 현실로 다가왔다. 우로 정렬된 새 유럽의회가 다음 달 16일 개원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정책 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현지시각)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한 유권자가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 투표하는 모습. 2024.0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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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유럽의회 선거가 지난 9일(현지시각) 끝나면서 극우 정당의 약진은 현실로 다가왔다. 우로 정렬된 새 유럽의회가 다음 달 16일 개원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정책 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드러진 우파 약진…중도우파 제1교섭단체도 유지
[브뤼셀=AP/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국민당(EPP) 본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가 발표한 각국 출구 조사 결과,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 등 인구 규모가 큰 주요국의 극우와 포퓰리즘 계열 정당이 의석수가 크게 늘면서 지금까지 중도파가 이끌던 유럽연합(EU) 정치 지형의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2024.06.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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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는 우익 득세로 요약된다. 중도~좌파로 분류되던 교섭단체(정치그룹)는 쇠퇴했고, 중도우파~극우 성향 교섭단체는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14일 오전 9시께 27개 EU 회원국 중 16개국에서 개표 집계가 완료됐다. 최다 의석 교섭단체인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은 189석을 획득해 지난 선거와 비교해 13자리를 늘렸다.
그 뒤로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135석(4석 감소) ▲중도 리뉴유럽(RE) 79석(23석 감소) ▲강경우파 유럽보수와개혁(ECR) 76석(7석 증가) ▲극우 정체성과민주주의(ID) 58석(9석 증가)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 53석(18석 감소) ▲좌파(The Left) 39석(2석 증가) 등이다.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당선자는 46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의형제(FdI)는 유럽의회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EU 집행위원장 선출에 도사린 불확실성·혼란
[로마=AP/뉴시스]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로마 상원의회에서 열린 이탈리아-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멜로니 정부는 이주 흐름을 막고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 2024.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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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에 회원국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집행위원 27명도 임명하기 때문이다. 집행위원장은 모든 의원이 모이는 첫 본회의 때 선출한다.
연임 가능성이 크기는 하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안정적인 연임 성공을 위해서 ECR이나 ID 등과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힘을 모으기로 한 연정에서도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미 EPP를 비롯해 S&D와 리뉴유럽에서 최소 10%가량 이탈표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표심 일부는 이탈이 불가피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깊어지는 고심만큼 한동안 유럽정치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내에서 몸집을 불린 우파 세력과 협력이 일정 부분 불가피한 상황에서 집행위원회의 정책 기조도 일정 부분 변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선을 비롯해 향후 집행위원회의 정책 실현에도 의회와 원만한 관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방력 강화·우크라 지원·반이민 기조 개연성 커
[브뤼셀=AP/뉴시스]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청사에 지난해 11월15일(현지시각) EU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3.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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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치이념이 충돌하는 가운데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속 국방력 강화라는 방향에 한 데 뜻을 모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해당 문제에서는 이념적 차이에서 오는 정책 선호 차이가 비교적 작기 때문이다. 정책적 차이가 희석된 상황에서 정책이 우로 정렬했다는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유럽 대륙이 러시아로 인해 실존적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EPP, 리뉴유럽 등은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 등으로 인해 안보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EPP, 리뉴유럽 등은 EU 안보·국방정책 담당 집행위원직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EPP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을 바라고 있다. ECR은 EU 차원 군대 조직을 주장한 바 있다. 교섭단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흐름은 유사하다.
친(親)우크라이나 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해 온 중도 3개 교섭단체 의석을 합하면 403석에 달하는 데 이는 과반 의석(361석)을 넘어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마음 졸였던 우크라이나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교섭단체, 비교섭 정당 등이 혼재해 있어 예단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반(反)이민 정책도 강화할 것으로 예견된다. 반이민 정책에 선호를 가진 우익 세력의 성장과 더불어 유권자 지형도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바로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중·장년층을 넘어 청년층에서도 반이민정서가 고조하고 있다. 정책 각론에 차이는 있더라도 이민자 차단이라는 총론이 점차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정책으로 변모하고 있다.
유럽 산업을 육성해 유럽 대륙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무역 등 역외 국제 거래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하고, 녹색당의 참패로 상대적으로 기후 위기 대처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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