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8 (화)

오늘의 집, ‘先 커뮤니티 後 커머스’로 나 홀로 성장 [천억클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8) 오늘의집(버킷플레이스)


국내 이커머스 환경은 나날이 악화 중이다. 내부에서는 커머스 사업자 모두가 배송 속도를 강조하며 ‘출혈 경쟁’을 펼치고, 외부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커머스 업체들이 ‘최저가 경쟁’을 부추긴다. 예년 수준 매출만 유지해도 “선방했다”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 고공 성장을 이어가는 곳이 있다. 가구·인테리어 플랫폼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다. 지난해 연간 매출 2402억원으로 전년(1828억원) 대비 31.4% 증가했다. 유별나게 가구·인테리어 시장이 호황이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장 자체는 역성장했다.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는 “튼튼한 기초체력을 기반으로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수익성 개선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오늘의집은 고객 경험 개선을 목표로 ‘배송’ 일부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오늘의집 제공)


매경이코노미

‘고공 성장’ 이끈 ‘록인’의 힘

높은 충성심에 매출 ‘쑥쑥’

나 홀로 성장 배경에는 차별화된 커머스 전략이 있다. 통상 플랫폼은 서비스 시작과 함께 커머스 기능을 붙이고 실적 창출에 집중한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사업 초기 커뮤니티 구축에 올인했다. 이용자가 서로의 인테리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확보에 집중한 셈이다. 2014년 이승재 대표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매쉬업엔젤스(현 매쉬업벤처스)에서 발표한 IR 자료에서도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승재 대표는 향후 사업 로드맵을 크게 3단계로 나눴다. ① 인테리어 디자인 플랫폼(커뮤니티) ② 인테리어 상품 커머스 구축 ③ 인테리어 원스톱 플랫폼이다. 계획대로 오늘의집은 2014년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작했다. 커머스 기능을 갖춘 오늘의집 스토어가 생긴 때는 2016년이다.

커뮤니티 커머스의 가장 큰 강점은 ‘록인(Lock-in) 효과’다. 한번 플랫폼에 방문한 소비자를 묶어 두기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플랫폼 속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보고 들으며 소비자의 플랫폼 체류 시간은 길어진다.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 전환 가능성’도 커진다는 의미다. 오늘의집 매출이 커머스 구축 이후 급격히 불어났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72억원이던 매출이 2019년 242억원, 2020년 759억원, 2021년 1176억원, 2022년 1680억원을 기록했다.

오늘의집은 커뮤니티 경쟁력을 커머스에 최대한 활용했다. 오늘의집은 2016년부터 콘텐츠 속 인테리어 소품에 ‘태그(+)’ 기능을 더했다. 소품을 클릭하면 상품 구매 페이지로 이동하는 식이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콘텐츠와 상품을 모두 살펴보고 구매하는 이용자가 상품만 둘러보는 이용자 대비 구매 전환율이 2배 높다”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는 결국 수익성

‘고객 경험’과 맞바꾼 출혈

물론 고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전까지 오늘의집 수익 구조는 단순했다. 2016년 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오늘의집은 플랫폼 역할만 담당했다. 배송, 제품 관리는 입점 업체 몫이었다. 백화점을 떠올리면 편하다. 장소는 제공하지만 백화점이 입점 업체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지는 않는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입점 업체마다 고객 대응과 제품 관리·배송 역량이 천차만별인 것. 예를 들어 A업체는 지정일 배송이 가능하고, B업체는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용자 불만이 쌓였고, 누적된 불만은 오늘의집 비판으로 이어졌다. 입점 업체 실수를 오늘의집 문제로 인식해 부정적 리뷰를 남기는 일도 다반사였다. 해결이 시급했다. 부정적 고객 경험은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의집은 직접 배송을 관리하기로 결정, 2021년 ‘오늘의집 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오전 11시 이전 주문 건은 ‘내일 배송 가능’ ‘지정일 배송’ 등이 핵심이다.

다만 직접 배송을 한다는 건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의집은 자체 배송을 위해 입점 업체 제품을 직매입한다. 판매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돈을 쓰는 셈이다. 가구 특성상 안 팔리면 감가상각은 불가피하다. 오늘의집이 인기 상품부터 직매입하는 이유다. 안 팔릴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자는 취지다. 또 직매입한 제품을 보관할 곳이 필요하다. 오늘의집은 경기도 이천 마장면과 백사면에 1만평이 넘는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비용 부담은 감사보고서 속 지표로도 확인 가능하다. 눈에 띄는 건 운반비다. 직매입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데 필요한 돈이다. 물류센터가 구축된 2021년 이후 영업비용 항목에 신설됐다. 매년 1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 중이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비용이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로 보고 있다. 물류 효율화에 따라 비용 부담은 줄고 고객 경험 개선이 매출 증가로 이어져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 오늘의집 배송 3년 차인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74억원. 전년(-515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해외 진출 성과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오늘의집은 2022년 일본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용자 수, 앱 다운로드 수 등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적을 내는 단계는 아니다. 오늘의집 측은 조급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커뮤니티 구축’ ‘충성 고객 확보’에 힘을 쏟을 시기라는 설명이다.

까다로운 글로벌 투자자도 ‘러브콜’
“전담팀 구축, 해외 진출 시 네트워크 지원”
국내 스타트업에 해외 자본이 ‘직접 투자’를 결정하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산하 버텍스홀딩스의 그로스 전문 펀드 ‘버텍스그로스’의 투자를 유치했다. 버텍스그로스의 첫 한국 투자 사례다. 그만큼 오늘의집에 거는 기대치도 크다는 의미다. 조쉬 정(Josh Jung) 버텍스그로스 투자 이사(Investment Director)에게 오늘의집 투자 배경을 물었다.

Q. 첫 한국 투자 사례다. 버텍스그로스가 판단한 오늘의집 강점은.

A. 오늘의집이 가진 ‘시장 지배력’ ‘지속 가능성’에 집중했다. 오늘의집은 한국 인구 5000만명 중 약 1000만명이 매달 방문하는 플랫폼이다. 모수를 구매력 있는 성인으로 제한하면, 이 숫자는 더 유의미하다. 전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리빙·인테리어 카테고리에서 이 정도의 침투율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 지금의 성공이 커뮤니티 기반이고, 커뮤니티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 주목했다. 또 다른 투자 이유는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다. 오늘의집은 이미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힌 상태다. 해당 시장에서도 한국과 같은 인테리어 수요가 발생 중이고, 유사한 업체가 많지 않아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Q. 해외 진출을 직접적으로 돕고 있는지.

A. 당장 현지 인재 채용이나 시장 인사이트 제공 등을 위해 ‘사내 전담팀’을 구축 중이다. 아무래도 기업이 해외로 뻗어나갈 때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네트워크다. 버텍스그로스에는 글로벌 차원의 수많은 인적 파트너가 있다. 필요에 따라 이들을 소개해주는 경우도 많다. 싱가포르 시장만 놓고 봐도 도와줄 지점이 많다. 오늘의집은 2021년 싱가포르 인테리어 플랫폼 ‘힙밴’을 인수했는데, 우리 역시 힙밴과 소통하며 양 사 시너지를 끌어올릴 방안을 고민 중이다.

Q. ‘직접 배송’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다.

A. 오늘의집이 제시한 방향성, 최고의 고객 경험 제공을 우선순위로 삼는 것에 동의한다. 핵심 시장인 한국이 워낙 ‘속도’와 ‘신뢰성’이 중요한 지역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류에 더 많이 관여할수록 배송 속도는 개선되고 신뢰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단기 비용 부담은 있었지만, 수익성은 결국 개선됐다. 고객 경험 개선에 투입한 비용이 ‘가치 있는 투자’였다는 점을 증명한다. 오늘의집 전략이 옳았던 셈이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3호 (2024.06.12~2024.06.1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