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 하마스 지지율은 더 높아…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도 고조
바이든 "하마스가 휴전에 최대 걸림돌"…이스라엘, 라파 공습 지속
국경지역에 집결한 이스라엘군 탱크 |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기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반복되는 협상 실패에 대한 가자 주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를 휴전 협상 최대의 '걸림돌'로 지목하며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를 인용해 장기간 지속된 전쟁에 지친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마스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 연구센터가 가자지구 주민 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마스에 대한 지지도는 석 달 새 52%에서 46%로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질 구조 작전이 진행되기 전인 지난달 말 이뤄졌다.
WSJ는 반복되는 휴전 협상 결렬과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상황 악화, 사망자 증가로 인해 하마스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전례 없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자지구의 한 주민은 WSJ에 "하마스는 주민들을 위해 휴전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 이후에도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SJ는 실제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휴전 협상 중재국이나 동료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신와르는 더 많은 전투와 사망자 발생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주민은 "긍정적인 이야기가 들려오다가도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또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다"며 "그와 함께 우리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하마스 지도자들은 우리의 이런 상황을 호텔에서 TV로 지켜보고 있으며 가난하고 굶주린 삶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도 비판했다.
반면 요르단강 서안지구 주민들에 대한 조사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서안지구 주민의 71%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직전 조사 때의 64%보다 높아진 것이다.
다만 조사를 진행한 팔레스타인 정책조사 연구센터 연구진은 전쟁에 대한 지지가 꼭 하마스나 잔인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안지구 주민의 80%는 이번 전쟁이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했다고 믿고 있으며 전쟁에 대한 지지는 이런 차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알아즈하르대학교의 음카이마르 아부사다 교수도 여론 조사 결과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에서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전쟁 상황에서 이뤄진 조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격한 감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고 짚었다.
그는 "서안지구 주민들은 하마스를 좋아할지 몰라도 가자지구에 살면서 전쟁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분노는 하마스가 그들의 일상적인 고통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WSJ는 하마스에 대한 분노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도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의 한 주민은 "주민들은 하마스에 대한 신뢰를 잃었지만, 이스라엘은 더 싫어한다"고도 말했다.
이스라엘은 13일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 인질 구출 작전 이후 협상과 관련한 하마스의 태도는 더 강경해졌다.
하마스는 미국이 제시한 3단계 휴전안에 대해 인질 석방 전 철군과 영구 휴전 발표 등을 포함한 수정안을 제시한 상태다.
G7 참석 위해 이탈리아 도착한 바이든 |
휴전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휴전 협상이 곧 성과를 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답하며 하마스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하마스가 비슷한 제안을 해놓고도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마스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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