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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공매도 내년 3월말 재개… 부당이득의 4∼6배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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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연장… 당정, 정책혼선 수습

불법차단 시스템 구축 이후 허용

50억이상 부당이득, 최대 무기징역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 대폭 강화

동아일보

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에서 열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 민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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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년 3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로 50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후 규제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년에 불법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공매도를 재개할 것”이라며 “내년 3월 31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어 이달 말까지였던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 연장을 의결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불법 공매도 형사 처벌 및 제재 강화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개인-기관 간의 공매도 거래 조건 통일 등이 포함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과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이번 개선안의 핵심이다. 벌금형을 현행 부당이득액의 3∼5배에서 4∼6배로 상향하고, 부당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징역을 가중하도록 했다. 특히 부당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최소 징역 5년, 최대 무기징역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가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인데도 그에 상응하는 처벌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흔히 말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는 전산시스템도 구축한다. 전체 공매도 거래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기관투자가(국내외 약 100개사)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매도 가능한 잔액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국거래소는 중앙전산시스템을 만들어 기관들의 잔액, 장외거래 정보를 보고받아 모든 매매 내역을 점검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개인과 기관 간의 공매도 조건도 동등해진다. 개인 대주 및 기관 대차의 상환 기간은 90일 단위로 연장하되 최대 12개월로 제한하고, 담보 비율은 105%로 각각 통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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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가 국내 증시의 신뢰를 저하시킨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6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왔다. 이후 일련의 공론화 절차를 거쳐 이날 전반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안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 재개 여부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은 6월 중 공매도 일부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특별하게 입장이 바뀐 게 없다”며 긴급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개미’에 불리했던 공매도 개선… 기관도 주식 12개월내 갚아야

[당정, 뒤늦게 공매도 대책]
기관은 그동안 상환기간 제한 없어… 개인처럼 최대 12개월까지만 허용
담보비율도 조정… 개인에 유리해져
증권업계 “IB 불법행태 차단 효과… 기울어진 운동장 근본해소엔 한계”


정부와 여당이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은 현행 제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행태를 바로잡는 동시에 개인과 기관 간 공매도 거래 조건을 통일시키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업계에서는 이번 방안이 기관투자가의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불법 공매도 무기징역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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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민당정협의회에서 합의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내년 3월 이후 공매도 재개 시 불법 공매도 제재가 대폭 강화된다. 벌금을 상향하고 징역에 대한 가중 처벌을 도입해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무기징역은 일반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형량이지만 아주 고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물의가 큰 경우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자의 경우 금융투자상품 거래뿐만 아니라 금융·상장사 임원 선임도 제한된다.

당정은 기관투자가의 공매도인 대차거래 때 빌린 주식을 갚는 기한을 90일(3개월) 단위로 연장하되, 4차례까지만 허용해 12개월 내로 상환하도록 했다. 그동안 기관의 상환 기간에 제한이 없어 개인이 기관보다 공매도에서 불리하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이와 함께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주 담보비율(현금 기준)을 현행 120%에서 대차 수준인 105%로 인하한다. 코스피200 지수 종목의 경우 개인 대주 담보비율은 기관(135%)보다 낮은 120%로 적용된다. 대형주 종목 공매도만큼은 개인이 기관보다 유리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선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정의정 한국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전체 공매도에서 기관 비중이 90%가 넘는 상황에서 대주·대차 조건을 통일시킨 건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1% 남짓에 불과한 개인 투자자의 담보 비율을 낮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 정책 엇박자 논란 22일 만에 수습

당정이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기로 한 건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6월 공매도 일부 재개’ 발언 이후 22일 만이다. 당정이 뒤늦게 정책상의 엇박자를 수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여권에서는 금감원 내부에서조차 정리되지 않은 입장이 이 원장을 통해 나가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출신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과 충분히 숙의하지 않았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며 “부처가 섣불리 발표했다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면 결국 그 화살은 여당으로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해온 정부와 개인 투자자 민심을 중요하게 생각한 대통령실 및 여당 간의 입장이 상이했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출신의 한 의원은 “민심의 향방이 중요한 상황에서 당과 용산이 정부 방침에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놓고 정부 측과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금감원과 부단히 소통해왔다. 당 민생경제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당과 정부가 협의한 끝에 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협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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