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보다 주목받은 CPI
“물가가 ‘파월의 입’보다 강했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 이후 국내외 시장 반응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낮췄지만,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 소식에 뉴욕 증시는 들썩였고, 주요 아시아 주가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시간으로 13일 새벽(현지시간 12일) 미국은 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연 5.25~5.5%)를 동결했다. 지난해 7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밟은 후 일곱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한국(3.5%)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이날 시장의 관심은 누구나 예상했던 ‘금리 동결’ 보다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로 쏠렸다. Fed 이사들은 올해 최종금리 수준 중간값을 5.1%로 제시했다. 지난 3월 예상(4.6%)보다 0.5%포인트 상향됐다. 올해 적어도 세 번은 낮출 것이란 전망이, 석 달 만에 한 번으로 준 셈이다. 이번 FOMC가 예상보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최근 물가 지표가 올해 초보다 긍정적이었고 물가 목표를 향한 완만한 진전이 추가로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플레이션이 2% 안정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하기 위해선 좀 더 좋은 지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소 보수적인 파월의 목소리에도 시장이 위축되지 않은 건 FOMC 결과에 앞서 발표된 CPI 성적표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CPI는 1년 전보다 3.3% 상승했다. 시장의 예상치(3.4%)를 하회했고, 지난 4월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3.4%)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이 CPI에 더 크게 반응한 것은 이번 FOMC엔 CPI 지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석한 영향도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CPI 발표 이후 위원이 전망을 변경했냐”는 질문에 “일부 위원은 조정했지만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단 하루 만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 4분기에야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가 흐름과 가계부채 상황, 환율 변동성 등을 더 점검한 뒤에야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거란 분석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2.7%로 두 달째 2%대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넘어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세를 자극할 수 있고,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강달러 국면이 이어져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섣불리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선회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감수해야 할 정책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FOMC 이후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올랐고,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0.85% 오른 5421.03에 마감했다. 5400선을 뚫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1.53% 상승해 종가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1만7608.44에 장을 마감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82%포인트 하락한 연 4.323%를 기록했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9% 상승한 2754.89에 장을 마쳤다. 대만 자취안 지수(2만2312.04)도 전날보다 1.19% 올랐다.
염지현·오효정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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