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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무기한 휴진' 코앞인데 취소 연락은 안 오고…커지는 환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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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대 내주 월요일부터 무기한 휴진…"휴진할지 병원도 잘 모른대요"

병원장 "휴진 불허", 노조 "진료변경 협조말라"…일부 교수들 "직접 환자에 연락"

'빅5'병원 18일 전면 휴진하면 4만3천여명 환자 진료 밀려

연합뉴스

내주 집단휴진하는 서울대병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잔디 기자 = 서울대 의대 병원들의 '무기한 집단휴진'을 앞두고 제때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단휴진은 병원장이 불허하고 노조가 반대하는 가운데 강행되는데, 진료 취소 통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는 오는 17일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에서 무기한 집단 휴진에 돌입할 계획이다.

휴진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에서 실시되지만, 교수에 따라 실제 휴진 여부는 다르다.

13일 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대 병원 집단휴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진료를 볼 수 있을지, 취소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암환자 관련 커뮤니티에는 "7~8일 검사하고 16일 외래 검진이 있는데 아직 (최소) 연락이 안 왔다"며 "지난주 (병원에) 전화했을 때에는 (직원으로부터) 답을 줄 수 없다. 자기들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글에서 한 환자(혹은 보호자)는 "17일 진료 예약이 돼 있는데 병원에선 변동이 있으면 간호사실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며 불안해했다.

또 다른 환자는 "매일 시간 지켜서 먹어야 하는 약인데, 진료와 처방을 못 받아 약을 중단하게 되는 힘든 상황이 없기를 소망한다"고 적었다.

연합뉴스

17일 전체휴진 앞둔 서울대병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6.12 ondol@yna.co.kr


의대 교수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하루씩 집단휴진을 했지만, 환자들은 이번에는 진료 취소 연락도 제대로 받지 못해 특히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진료 취소 연락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배경에는 그동안과 달리 병원 측이 휴진을 불허하는 상황이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7일 발표문을 통해 "서울대병원장으로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해왔지만, 집단 휴진은 허가하지 않겠다"며 "이러한 형태의 투쟁은 국민과 의료계의 반목을 심화하고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의료에서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이 교수들의 집단휴진에 불허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휴진 시에는 직원들이 교수들의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환자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이번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강하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병원 곳곳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여 휴진 결정을 규탄하면서 조합원들에게 교수 휴진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하고 있다.

휴진에 협조하지 말라는 것은 '휴진하려면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통보하라'는 취지다.

노조 관계자는 "하루 휴진에 약 2만1천건의 예약을 변경해야 한다"며 "교수들이 또 휴진한다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떠안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집단휴진 예고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노조에 따르면 교수들 중에는 휴진 계획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료 예약 변경을 직접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교수도 있다.

일부 교수들은 각자 환자 진료를 약 한 달 뒤로 늦추는 등 무기한 휴진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의대 비대위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오승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는 "환자들에게 한 달 뒤로 진료 예약 변경 안내하고 있다"며 "한 달이 합의된 날짜는 아니고, 비대위에서 한 달쯤 예약을 미루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 취소 통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된 휴진일까지 업무일이 이틀(13~14일)밖에 남지 않자 환자들의 불안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자신을 진료할 교수가 휴진에 동참하는지, 자신이 진료받을 진료과가 휴진하지 않는 필수과에 해당하는지 뚜렷지 않은 것이 특히 문제다.

서울의대 비대위의 강희경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만 가능한, 오늘 필요한 진료를 외면하는 의료진은 없을 것"이라고 적었지만, 환자 입장에서 자신이 이런 진료의 대상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혼란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겠다고 한 세브란스 병원의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 인터넷 암환우 카페에는 세브란스 병원의 휴진 계획과 관련해 "항암(치료)도 안한다는 거냐", "아직 결정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진짜 답답하고 눈물만 난다", "병원 전화도 연결이 힘들다. '휴진'이라는 단어를 보니 심장이 벌렁거린다" 등 환자와 보호자의 호소가 쏟아졌다.

서울시내 주요 병원인 '빅5' 소속 교수들이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전면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18일 하루 전면 휴진할 경우 빅5 병원에서만 4만3천여명에 달하는 외래진료가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일평균 외래 환자는 서울대병원 약 8천명, 세브란스병원 약 9천명, 서울아산병원 약 1만2천명, 서울성모병원 약 7천명, 삼성서울병원 약 7천명 등이다.

연합뉴스

무기한 휴진 중단 촉구하며 울먹이는 환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앞에서 열린 한국중증질환연합회 주최 휴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암 환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6.12 ondol@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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