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7월 하순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당심 대 민심 비율 8대 2'안을 차기 당 대표 선출규정으로 결정한 가운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 등이 당내외 현안에 입을 열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키워드는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견제, 그리고 여당의 최대 정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판이다.
나경원 의원은 13일 오후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 "우리가 역대 원외 당 대표를 모셔보기도 했는데 어쨌든 정치의 전장(戰場)은 국회가 중심"이라며 "원외인사의 경우 그런 부분에 있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외인사이면서도 여당 내 최대 당권주자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이어 '당 대표로 어떤 인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묻는 질문에도 최근의 국회 상황을 언급하며 "5선 의원으로서 국회가 이런 모습을 가지는 것에 굉장히 안타깝다.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파탄나고 있고 결국 정치 중심은 국회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당의 모든 에너지를 응축시키면서 한 축으로는 민주당과 필요에 따라서는 책임 있게 협상을 해야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도 했다. 당 대표의 자질로 '원내 정치력'을 강조한 셈이다.
나 의원은 앞서 본인 SNS를 통해서도 한 전 위원장과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의 집행유예 가능성을 언급하며 '집행유예 확정 시 대통령실이 상실된다'고 언급하자, 이에 "그 기대와 예상은 허망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 나 의원은 이날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서도 "저도 (한 전 위원장이 언급한) 그 헌법 84조의 논쟁 자체는 재미있지만, 흥미롭지만 사실 정치 현실에서는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말 우리가 이러한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라고 말해 한 전 위원장과의 차별화를 다시 강조했다.
나 의원은 또 최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1심 판결로 여당에 공격권을 내준 이 대표에 대해서도 "(불법 대북송금) 이 사건은 결국 이 대표가 설계자이자 지휘자라고 봐야 된다"며 "이 대표가 지금 이미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게 몽땅 조작이고 거짓이라는 말의 반복이다. 누명이라는. 결국 이 대표의 '창작 수준'은 정말 바닥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대북송금 사건으로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고, 국회에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 이 대표에 대한 공세적 메시지는 여당 내에서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카드로 해석된다.
나 의원과 함께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도 이날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이재명 때리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부각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겨냥 "바로 말씀드리면 저는 정계 은퇴해야 되는 때다, 이렇게 생각한다"며 "일반 국민처럼 어떤 특권도 없는 위치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검찰 기소 내용을) '소설'이라 생각하시면 더 당당하게, 웃는 낯으로 재판에 출석하시면 되겠다"고 꼬집으며 "본인 방북을 위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런 일을 알든 자기가 몰랐든 간에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하는 게 사실은 정상적인 그런 정치인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심 측근이 조선노동당에 800만 달러를 불법 송금을 했다"며 "이런 돈을 북한이 어디에 썼겠나. 결국은 오물풍선 만들고 그리고 총칼을 만들어 가지고 우리를 괴롭히는 데 쓰고 있지 않나"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출마의사를 굳히고 본인 영입인사 등 측근 그룹과 꾸준히 회동하는 등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선 당내기반이 약한 본인의 입지를 고려해 최고위원 후보로 함께 뛸 '런닝메이트'를 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동훈 비대위 1호 영입인재로 최근 친(親) 한동훈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정성국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곧 한동훈의 시간이 올 것", "더 이상 (출마 결정을) 미룰 수 없는 때다. 다음 주로 넘기진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진짜 나하고 같이 갈 수 있는가 확신이 드는 사람들을 아마 확인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의 존재감이 느는 만큼 그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도 늘고 있다. 나 의원의 '원내 대표론'외에도, 윤상현 의원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총선 패배 책임지고 사퇴한 분도 그 자리에 다시 나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뭐하러 사퇴했느냐"며 "당 대표를 맡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는 논리는 민주당식 궤변"이라고 한 전 위원장을 겨냥했다.
김기현 전 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무섭고 냉철했다. 우리 당은 역대 최대의 참패를 당했다"며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을 살리고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특히 "지난 총선에서 '이조심판'으로 패배했음에도 또다시 '이조심판'이라는 논쟁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거나 "지구당 부활 같은 정치권의 밥그릇 챙기기 이슈가 아니라, 저출생과 연금, 고물가와 고금리, 주택가격과 주식 등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해 한 위원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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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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