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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부안 지진 현장에 재난심리회복센터 설치…"혼자 있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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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아직도 털이 쭈뼛쭈뼛 서" 불안감 등 트라우마 호소

연합뉴스

'지진 피해' 부안에 설치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부안=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북 부안에 4.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튿날 13일, 부안군 계화면의 한 마을에 임시 설치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주민들이 상담하고 있다. 2024.6.13 warm@yna.co.kr


(부안=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어제 지진 났을 때 어디에 계셨어요? 오늘은 좀 어떠세요?"

전북 부안군에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이튿날인 13일 부안군 계화면 경로당 앞에는 대한적십자사가 마련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가 설치됐다.

경로당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주민들은 임시로 설치한 센터 책상 앞에 앉아 심리활동가들과 눈을 맞추며 전날 지진의 상황을 떠올렸다.

이성로(67)씨는 "일흔 가까이 살았는데, 지진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집이 흔들흔들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지진이 또 날까 봐 걱정"이라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날 심리상담을 한 주민들은 대부분 "많이 놀랐다"라거나 "아직도 마음이 진정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70대 이모씨 역시 "숟가락 떨어트리는 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는 편인데, 어제 큰 소리가 나서 정말 놀랐다"며 "지진으로 집 돌담이 무너졌다. 우리 아저씨가 다시 쌓아놓긴 했는데 또 무너질까 봐 두렵다"고 호소했다.

강모(65)씨 역시 "집이 덜덜 흔들렸다. 지금도 털이 쭈뼛쭈뼛 서고 소름이 돋는 기분"이라며 "무섭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심리 상담받는 지진 피해 주민들
(부안=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북 부안에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이튿날 13일, 부안군 계화면의 한 마을에 임시 설치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주민들이 상담하고 있다. 2024.6.13 warm@yna.co.kr


심리상담을 진행한 박현성 심리활동가는 "지진 이후에 과거에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함께 떠올라 답답해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전북은 지진 발생이 잦지 않은 지역으로, 이 지역에서 규모 4.0 이상 강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주민들이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심리활동가는 "6개월 전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사는 어르신이 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슬렀는데, 지진을 겪고 나서 다시 답답해졌다고 한다"며 "지진 트라우마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 다른 사람에게 힘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는 집에 있지 말고 마을회관에 와서 이야기를 많이 하라고 조언을 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장 필요한 건 '신속한 복구'라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김갑종(69)씨는 "어제 담벼락에 금이 가서 지지대를 세워뒀는데, 오늘 보니 좀 더 갈라졌다"면서 "이대로 두면 혹시나 담벼락이 무너져 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다칠까 봐 걱정된다. 복구를 도와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심리활동가 14명이 파견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각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의 일상 복귀를 도울 계획이다.

최대한 많은 주민을 만나 상담을 진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임시 센터 운영 기간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정훈 대한적십자사 전북자치도지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장은 "주민들의 마음을 경청해주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을 다스리고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에게는 치료받을 수 있는 전문적인 기관을 연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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