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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공정위, 쿠팡 ‘로켓배송’ 멈춰 세우나?…중단 위기 내몰려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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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제, 쿠팡 로켓배송 축소·중단 상황 내몰릴 가능성…25조원 물류·직매입 투자 계획 제동

정부 관련 규제로 ‘전국 무료배송’ 계획 물거품 위기...‘메이드인코리아’ 22조원 투자도 차질 예상

세계일보

서울 서초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 차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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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쿠팡의 직매입 및 자체 브랜드(PB) 상품 부당 우대 의혹과 관련해 유통업계 사상 초유의 1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부과한 역대 최고액이다.

한국 시장 침투에 속도를 내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C-커머스) 대응에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최악의 장애물을 마주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 여파로 쿠팡의 '전매특허'인 로켓배송 서비스는 물론 C-커머스 대응 차원에서 마련한 중장기 물류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 “상품 진열 문제 삼은 부당한 제재…법원에서 다툴 것”

쿠팡은 직매입 상품과 자사 PB 상품을 노출하고자 검색 순위를 조작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공정위 판단에 대해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인 상품 진열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 랭킹은 소비자 선호도 등에 따라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제안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더 나은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자 경쟁하는 게 유통업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공정위 제재는 유통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아마존 등의 유통기업이 검색 결과로 PB 상품을 다수 노출했다고 문제 삼지는 않았다"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라고 규정했다.

다른 온라인 경쟁업체 역시 PB 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있으나 공정위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는 이유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차별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임을 강조했다.

과징금 산정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가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로 보고 쿠팡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부과했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나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쿠팡 측은 지적했다.

쿠팡은 "이번 규제는 로켓배송 및 로켓프레시 상품을 구매하는 쿠팡 고객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곧바로 항소해 법원에서 공정위 제재의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C-커머스 대응’ 와중에 돌발악재 출현…수익성·투자 차질 우려↑

공정위의 '초강경' 제재로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와 함께 본격적인 수익 굳히기에 시동을 건 쿠팡으로서는 다시 재무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번 공정위에 신고한 참여연대 등은 "쿠팡은 알고리즘 조작이 유통업계의 상품 진열 방식에 대한 '업계 관행'이며, PB상품 우대가 중소기업 지원,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중단하고 피해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리뷰 조작 행위가 경영진의 조직적인 관리하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만큼 법인 고발 외에 경영진에 대한 고발을 병행해야 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와 관련한 법안 제정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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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 기자실에서 쿠팡㈜ 및 쿠팡㈜의 자체브랜드(PB)상품을 전담하여 납품하는 쿠팡의 100% 자회사인 씨피엘비㈜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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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잠정액은 쿠팡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6174억원)의 23%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통업체에 매겨진 금액으로는 최고액이다.

지금까지 담합 사건을 제외하고 공정위가 다룬 기업 단독 사건 가운데서도 퀄컴, 구글, 삼성 등에 이은 역대 5위 규모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표된 과징금 액수는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위반 행위에 따라 산정된 잠정 금액으로, 지난해 8월부터 현 시점까지의 과징금을 추가하면 더 불어날 수 있다. 기간으로 역산하면 최종 과징금이 2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올해 1분기 5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공정위 제재라는 암초를 만난 쿠팡 입장에선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후속 대응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당장 C-커머스 공습에 대응하고자 마련한 물류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쿠팡은 3년간 신규 풀필먼트(통합물류)센터 확보와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10년 창립 이래 10년간 물류센터 구축 등에 6조원을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한 전국적 로켓배송망을 갖추겠다는 복안이었다.

◆유통업계 “공정위 제재, PB 영업 위축되지 않을까 촉각”

쿠팡 내부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향후 수익성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다. 공정위 규제로 거래액 기준 전체 70% 비중을 차지하는 직매입 및 PB 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당장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미래 성장 동력 약화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매입·PB 상품 우선 노출 관행이 철퇴를 맞으면서 익일 배송의 대명사인 로켓배송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쿠팡에서 판매하는 직매입 상품 수는 600만개, PB 상품 수는 1만5000여개에 각각 이른다.

쿠팡은 당장 중장기 물류 투자 확대 계획에 따라 오는 20일 개최할 예정이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하기로 하고 이를 부산시 등 관계기관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뒤이어 경기도 이천과 경북 김천에 들어설 물류센터 착공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쿠팡은 추가 입장문에서 "만약 공정위가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국내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쿠팡이 약속한 3조원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계획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통업계도 공정위 제재로 행여나 PB 영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마진율이 높은 PB 상품을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하는 방식을 다시 점검하는 등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는 후속 조처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짚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등과 형평성 어긋나…글로벌 시장 규제 흐름 역행”

이날 공정위는 "비슷한 규제를 아마존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미국이나 유럽에서 쿠팡 같은 ‘전면적인 ‘상품 진열’을 구체적인 혐의로 적시하고, 경쟁법 위반 등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고발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쿠팡 같은 규제가 실현된 적은 아직 전 세계에 없다. 공정위가 주장한 유럽이나 미국이 제재한 사례는 ‘검색 랭킹’ 상품 진열 순서에 대한 규제가 아닌데다, 위법 판정을 받은 일이 없다. 과징금이나 법인 고발 같은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공정위는 유럽연합이 아마존이 자기 상품을 '바이박스(Buybox)' 코너에 노출한 행위를 동의의결로 시정하도록 했다며 이를 ‘규제’로 봤다.

통상 동의의결은 사업자의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시정토록 하는 방안으로 규제로 보지 않는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쿠팡의 로켓배송을 위축시키고 향후 투자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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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임직원(추정) 자사 상품에 올린 후기 화면 캡처. 공정위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이용 후기 작성 및 높은 별점 부여라는 위계행위를 금지한 것"이라며 "로켓배송이나 일반 상품 추천행위를 금지하거나 규제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위계행위를 중지하더라도 로켓배송 필터를 적용하거나 광고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소비자단체는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이 시대 흐름과 유통업계 추세에 맞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소상공인 영세 기업 보호 목적의 PB상품 판매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PB상품을 개발, 제조, 납품하는 업체도 중소기업일 가능성이 높고, 자체 판매 역량을 가진 대규모 기업은 PB상품 생산과 거의 무관하다”며 “세계적인 유통 기업들은 저마다 PB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많은 소비자는 PB상품 구매를 통해, 더 낮은 가격으로 유사한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PB상품의 적극적 활용이 ‘로켓배송’ 같은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인데, 과징금 폭탄으로 소비자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PB상품 시장 역동성을 위축하고 소비자 편익을 떨어뜨리는 ‘소탐대실’이라는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유통사 성장에 있어 규제기관의 판단으로 고객에 큰 피해를 보고, 투자 위축을 불러오는 세계 최초의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성균관대 교수는 "대형마트에 가면 입구쪽 매대에 PB 브랜드 상품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고, 소비자들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며 "오프라인 대형마트 등과 형평성이 어긋나는데다 글로벌 시장 규제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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