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2월27일 호주 멜버른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전 시위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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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전 세계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애국심에 주목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군 입대를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 가정을 꾸린 우크라이나 남성 수십만명은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폴란드 등 이웃나라로 대피시킨 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되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전쟁이 어느덧 2년 4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과 절망감도 그 기간만큼 커진 모양이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긴 하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는 어떨까.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우크라이나와 반대로 징집 등을 피해 외국으로 떠나려는 청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침략 전쟁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지닌 이도 물론 있겠으나, 대다수는 하나뿐인 목숨을 잃을까봐 두려워 그랬을 것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 등은 러시아 국민들의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는 등 안간힘을 써왔다. 그래도 젊은이들의 러시아 탈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12일 러시아 국적자 A씨를 ‘난민’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선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11월 입국한 A씨는 이듬해 1월 우리 정부에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했다. 그는 “징집을 피하고자 러시아에서 탈출했다”며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면 처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점, 현 러시아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주최한 반전 시위에 참석한 점 등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A씨가 우크라이나의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에 앞으로도 계속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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