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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마야 사람 제물 64명 분석해 보니…"쌍둥이 2쌍 등 모두 남자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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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마야 도시 치첸이트사에서 가장 큰 사원인 엘 카스티요

제사 의식에 인간 제물을 바친 것으로 악명 높은 멕시코 유카탄반도 고대 마야인들은 무엇을 위한 제사에 어떤 사람을 바쳤을까?

고대 마야 도시 치첸이트사에서 발견된 인간 제물 64명의 DNA 분석 결과 쌍둥이 두 쌍을 포함해 대부분 유전적으로 가까운 소년들이었고, 이들은 마야문명의 쌍둥이 영웅 신화와 관련된 제사에 바쳐진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PI-EVA) 로드리고 바케라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치첸이트사의 지하동굴 저수조 출툰(chultun)에서 발견된 유골 64구의 DNA를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13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밝혔습니다.

유카탄반도의 치첸이트사는 마야문명 몰락 직전인 서기 800~1000년 번성한 도시로 유해 수백 구가 묻힌 대형 싱크홀 '신성한 세노테'(Sacred Cenote)와 어린이 유해 100여 구가 발견된 출툰 동굴 등 제례의식 희생자 증거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20세기 초 신성한 세노테에서 여성·어린이 등 희생자 200여 명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치첸이트사가 사람 제물 의식으로 유명해졌지만, 인간을 바치는 의식의 역할과 맥락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신성한 세노테 인근 지하동굴 저수조 출툰에서 1967년 발견된 어린이·청소년 유해 100여 구 중 64구를 회수해 분석했습니다.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 연대 측정 결과 매장은 서기 7세기 초부터 12세기 중반까지 이뤄졌으나 대부분은 치첸이트사의 정치적 정점기인 800~1000년 사이 매장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64명은 모두 인근 마야 지역 출신 남자 어린이였고 일란성 쌍둥이 두 쌍을 포함해 전체의 25%가 친척 관계로 분석됐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팻시 페레스-라말로 박사는 "친척 관계 어린이들이 놀라울 만큼 유사한 식생활 패턴을 보였다"며 이는 이들이 같은 가정 또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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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첸이트사에 복원된 석조물 촘판틀리(해골 선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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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출툰 희생자가 모두 남성이고 일란성 쌍둥이가 포함된 점에 주목, 쌍둥이 영웅 신화와 관련된 의식을 위해 남자 어린이들이 짝을 지어 제물로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쌍둥이는 마야 신화에서 신과 영웅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영웅 쌍둥이가 아버지와 삼촌의 복수를 위해 희생과 부활을 반복하며 지하 세계 신들과 싸우는 이야기는 마야 예술에 많이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연구팀은 마야 문명에서 동굴과 싱크홀 같은 지하 구조물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입구로 여겨진다며 쌍둥이나 가까운 친척 한 쌍을 출툰에 매장하는 것은 영웅 쌍둥이 관련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하버드대 크리스티나 워너 교수는 이 연구는 마야인들이 젊은 여성과 소녀들을 주로 제물로 바쳤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과 함께 마야의 희생 의식이 죽음·재탄생의 순환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Johannes Krause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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