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취지를 백번 이해하더라도 정부 태도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배임죄의 영향력이 커져 기업 경영진 의사 결정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는지 우선 의문이다. 형량이 무겁고 범죄 구성 요건도 포괄적인 배임죄의 공포를 떨치기 어려운 경영진들로선 앞으로 다양한 주주들의 크고 작은 요구를 일일이 충족시킬 수 없어 판단을 사릴 수밖에 없다. 기업가정신의 위축,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는 또 회사와 주주 이익이 다르다는 생각을 전제로 깔고 있지만 이 역시 수긍하기 힘들다. 회사가 잘 돼야 주주 몫도 커진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는 회사와 주주를 적대적 또는 경쟁적 관계로 단정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는 재벌 개혁을 명분으로 기업 발목 잡기에 앞장서 온 더불어민주당도 22대 국회 입법 과제의 핵심 중 하나로 잡고 있다. 박주민, 정준호 의원 등 법안 발의에 나선 의원들뿐 아니라 상당수 의원이 동조 중이다.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확률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투자 마인드를 북돋워줘야 할 정부가 토끼몰이 하듯 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기업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기업 때리기부터 시작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물론 여당도 법 개정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주기 바란다. 글로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손과 발을 우리 손으로 묶는 우를 범할 것인가. 재계가 내는 반대 목소리는 엄살이 아니라 현장의 진실을 알리는 신문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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