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창의문로의 서울미술관 파운더(설립자) 안병광회장(유니온약품)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상기된 표정으로 새 기획전을 소개했다.
[서울=뉴스핌] 서울미술관 소장품 기획전에 '무한의 공간'이라는 특별 공간을 꾸미고 전시된 이우환의 2022년 작품 '대화'. [사진: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6.12 art2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모은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가 13일 막을 올린다. 오는 12일29일까지 6개월간 계속되는 이 기획전은 지난 2022년에 열렸던 서울미술관 10주년 기념전('두려움일까 사랑일까')이후 2년 만에 열리는 미술관 소장품 전시다.
당시 전시는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의 수집이야기를 담은 '수집가의 문장'을 소장품과 함께 소개해 미술품컬렉션 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았던 샐러리맨 시절, 미술에의 사랑과 열망에 무모하리만치 작품들을 끈질기게 사모았던 젊은 안병광의 집념은 큰 화제를 모았고, 전시는 무려 14만명이 관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 여세를 몰아 미술관은 이번에 조선시대 신사임당괴 추사 김정희에서부터 김환기 천경자 이대원 유영국 이응노 서세옥 이우환 정상화까지 총 15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뉴스핌] 서울미술관 소장품 전시에 출품된 유영국의 추상화.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24.06.12 art2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안병광 회장은 이번에 이례적으로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고백'이란 편지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40여년에 이르는 미술품 수집과정과 미술관 설립 이후 힘들고 파란만장했던 과정을 낱낱이 밝힌 글이다. 편지에서 그는 "미술관을 만들기위해 18년을 달려왔다. 그리곤 지난 2012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드나드는 '문턱 낮은 미술관'을 오픈했다. '돈 많은 마담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찾는 미술관, 감성이 있는 미술관이 되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개관 후 어려움이 너무 많아 '이제 문을 닫아야지, 여기까지다'하고 다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십만개의 점' .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24.06.12 art2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소장품전은 안 회장의 공언대로 출품작의 규모와 질적 수준이 기대 이상이어서 고무적이다. 즉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주요 작품이 대형작품 중심으로 망라된 가운데 예술가마다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조명하고 있다. 동시에 작가들이 직접 쓴 편지와 글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이채롭다. 작가가 남긴 내밀한 글을 통해 예술가들의 번뇌와 인간적인 면모를 고찰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전시 도입부에 내걸린 추사 김정희의 행서대련.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6.12 art2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시는 추사 김정희의 서예작품 '주림석실 행서대련'에서 시작한다. 추사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힘차고 격조있는 작품을 감상하면, 조선중기의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초충도' 연작 10점이 내걸린 우아한 공간이 관람객을 맞는다.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지녔던 신사임당은 '초충도'에서 계절감이 물씬 느껴지는 초여름의 정경을 녹색의 풀과 오이 수박 맨드라미 풀벌레 등을 그려냄으로써 섬세하게 자연의 단면을 구현했다. 미술관측은 이들 작품의 특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벽면과 동선을 유선형으로 디자인했다. 시냇물이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으로 꾸며진 유려한 전시실은 신사임당 작품의 단아한 면모와 자연의 싱그런 움직임을 더욱 매력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선중기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초충도 10점을 전시 중인 서울미술관 전시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2024.06.12 art2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사임당의 특별한 전시실를 나오면 고암 이응노와 운보 김기창, 천경자의 현대적 동양화가 관객을 기다린다. 이응노의 기운생동하는 필치가 살아있는 '수탉', 화려하고 강렬한 채색의 천경자의 여인상인 '청혼' '고' '청춘' 등이 출품됐다. 운보 김기창의 작품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우환 화백의 대형 신작은 '무한의 공간'이라는 특별 전시실에 자리잡았다. 음과 양,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 의 강렬한 색채 대비가 돋보이는 '대화'로, 팽팽한 긴장감과 해방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근작이다. 미술관측은 작품 제목과 걸맞게 감상자와 그림 간의 상호작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실디자인을 검고 장중하게 조성했다. 검은 공간 속 여백이도드라져 압도적인 공간이 됐다.
[서울=뉴스핌]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이중섭의 편지화.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4.06.12 art29@newspim.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이번 소장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들이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special chapter 이중섭의 사랑과 우정'에서는 이중섭이 연애시절 아내 마사코에게 보냈던 엽서화 여섯 점과 유족이 평생 소장했던 이중섭의 편지화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미술관은 개관이래 이중섭 화백의 전시를 다섯 차례나 개최했다. 이 미술관이 이중섭의 대표적인 '황소'(1953)를 소장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나, 격변기 민족의 어려움을 폭발하는 듯한 에너지로 승화시킨 일련의 '소'그림은 작가의 투철한 의식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또한 이중섭이 일본에 있던 아내와 아들들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화들도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다. 6.25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져야 했던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가족을 애타게 그리워하며 백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화가였기에 글과 더불어 재회를 열망하는 바램을 그림으로 담아 전해. 오늘날 이중섭의 편지들은 '편지화'라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전시회는 미공개 편지 중 글편지 한점과 삽화편지 두점으로 구성된 석점의 편지화를 소개한다. 전시의 타이틀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이중섭의 편지에 나오는 대목으로,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가의 절절한 내면이 담긴 귀절이자 서울미술관의 오늘을 은유하는 듯하다.
미술관은 보다 깊이있는 전시 감상을 위해 매일 오후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미술평론가 최열의 이중섭 편지 관련 강연과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등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편 이번 전시 관람객은 서울미술관의 또 다른 기획전인 '햇빛은 찬란'과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특별전', 흥선대원군의 별서 석파정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월 화 휴관.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