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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 (목)

“엉망인 세계에서 미래 세대 살게 할 수 없다”…예술계가 정치권에 던진 ‘사이버 불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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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성그룹 ‘타이푼’ 출신 권지안 작가 등 한·중 작가 6명의 ‘사이버 불링’ 전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좌담회 참여…“‘사이버 불링’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가의 직무유기”

세계일보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갤러리 아트노이드178에서 열린 ‘사이버 불링, 그 심각성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에서 혼성그룹 타이푼 출신 권지안(솔비) 작가 등 예술인들이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피해와 대책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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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사이버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사이버 폭력)’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는 예술가들의 자리가 12일 마련됐다.

사이버 불링은 사전상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하는 집단적인 괴롭힘을 의미한다.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는 익명성과 커뮤니티에서의 빠른 확산성, 피해자의 씻을 수 없는 충격 등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기사 등에서의 ‘악플(악성댓글)’이 주류로 여겨지는 사이버 불링은 이른바 ‘좌표 찍기’와 같은 특정인을 겨냥한 폭력으로 진화했다. 수많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 국한된 문제였다면, 일반인을 겨냥한 맹목적인 비난으로도 번진다.

이처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사이버 폭력은 성인보다 청소년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더 만연한 것으로도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청소년(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9218명과 성인(만 19~69세) 7650명 등 총 1만68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서 청소년의 40.8%, 성인의 8%가 사이버폭력(가해·피해·가해+피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성북구 갤러리 아트노이드178에서 열린 ‘사이버 불링, 그 심각성 이대로 괜찮은가’ 좌담회에서 혼성그룹 타이푼 출신 권지안(솔비) 작가는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공존하는 ‘또 다른 세상’이 됐다면서, 온라인에서도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정책 등 강화 필요성을 내세웠다.

특히 사이버 폭력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사회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피해자 목소리에 사회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작가는 “‘사이버 불링’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논의를 시작하지만 바람직한 사이버 문화 조성도 중요하다”며 “이번 전시가 ‘사이버 불링’의 심각성을 전하고 사이버 문화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좌담회는 같은 곳에서 오는 30일까지 한·중국 작가 6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시회 시작에 앞서 ‘사이버 불링’ 피해와 대응책 등을 논의하는 차원으로 미리 열렸다. 사회 깊은 곳까지 스며든 사이버 불링 문제를 다룬다는 의도에 초점을 맞춰 전시회 이름도 ‘사이버 불링’이다.

권 작가를 비롯해 김길웅·김창겸·이돈아, 손 스안·샤엔(이상 중국) 등 총 6명의 한·중 작가가 미디어 아트 등 자기만의 시각에서 해석한 사이버 불링을 이야기한다. 사이버 불링 대안을 어떻게 만들지에 고민과 함께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도 전한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 당선으로 재선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내에서 열리는 좌담회 주제를 접하고 기꺼이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좌담회에 함께 한 김 의원은 인사에서 “‘사이버 불링’이 심각한 문제인데도 정치권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제대로 관심을 갖고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부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할 일을 깊게 고민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작가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사이버 불링 피해자는 많지만 가해자 정보는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의 작품이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엉망진창인 세계에서 미래 세대가 어떤 경험을 할지 생각했을 때 기성세대가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주변 친구와 가족들을 사랑하듯 남에게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사이버 불링 처벌 취지 법안이 다수 발의되고도 임기 만료로 폐기된 점을 지적하듯 ‘정치권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이처럼 좌담회는 진중한 소재를 다루기는 했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은 김 의원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라고 해도 남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사이버 불링’ 대책을 세우지 않는 건 국가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여론의 장 역할을 하는 포털 사이트 등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 “사이버 세상에서 돈을 버는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권 작가는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여러 영역에서 힘이 모인다면 사이버 불링 문제 해결 추진도 더욱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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