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엄정대응 기조에도 단일대오…무기한 휴진엔 신중
환자·시민단체, 노조 "히포크라테스가 통곡""패륜적 행태" 비판
3월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의사들의 진료거부 중단! 조속한 진료 정상화!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살리기' 범국민 서명운동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2024.3.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이른바 빅5 병원(5대 대형병원)과 의사 단체들이 동조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넉 달째 접어든 의정갈등이 집단 휴진 상황에 이른 데 대해 환자단체 등 시민사회는 '패륜', '억지' 등의 표현을 써가며 휴진 철회를 촉구하는 등 실력 저지에 나서는 모양새다.
의협은 오는 18일 하루 전면 휴진에 돌입해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총궐기대회를 연다.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대위, 가톨릭의대 교수 비대위 등 의대 교수들도 의협 회원으로서 함께 한다.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참여한다. 전의교협은 12일 총회를 열어 18일 휴진 동참 상황 등을 공유한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연세의대 교수)은 "의협과 투쟁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대위는 전날(11일) "교수들은 18일 전면 휴진에 참여한다. (투표 결과) 90% 이상의 교수들은 향후 의협 주도하에 단일대오로 의료사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대위는 17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제외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무기한 중단한다. 이들의 발표로 의협은 추진 동력을 얻었고 타 의대 교수들도 18일 하루 동참으로 의협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의료법에 근거해 개원의에 대한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내렸고 의협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의협은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자"며 휴진을 독려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투쟁 선포를 하고 있다. 2024.6.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동네 병의원 등 개원가의 참여율도 관심사다. 2020년 의대증원에 반발해 파업을 했을 당시 첫날(8월 14일) 참여율은 32.6%에 달했다. 다만 같은해 8월 26~28일 진행된 2차 파업 때는 10.8%(8월 26일), 8.9%(27일), 6.5%(28일)로 날이 갈수록 참여율이 떨어졌다.
의협은 물론 의대 교수들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무기한 휴진 등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휴진이 수입 감소나 근로관계와 직결되는 개원의, 봉직의의 특성은 물론 대형병원의 환자 진료 차질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환자단체 등 시민사회는 일제히 비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0일 "집단 휴진‧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라면서 "무도한 건 정부만이 아니다. 의사들 역시 무도한 처사를 자행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의사의 불법행동에 대해 공정위 고발 및 환자피해 제보센터 개설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불법 진료거부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 불법행동 가담자에게 선처 없이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노동조합은 서울의대 교수들을 겨냥해 '의사제국 총독부의 불법 파업 결의 규탄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병원 곳곳에 붙였다. 노조는 "히포크라테스가 통곡할 일"이라며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라고 규탄했다.
노조는 병원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다. 교수들이 직접 진료 예약을 변경하라"고 통보했고, 노조 회원들에게 휴진 관련 진료 예약 변경 업무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노조는 교수들에게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휴진 결의를 즉시 멈춰달라"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2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서울대 비대위는 전면 휴진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연합회 산하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췌장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이 발언에 나선다.
연합회는 앞서 "의사들이 환자를 버리는 패륜적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서울대는 의료 현장을 떠난 의대 교수들을 즉각 해직하고 양심적인 의사들로 새롭게 교수진을 꾸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누가 봐도 억지고 명분이 없다. 환자와 국민의 거대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12일 오후 '2024년 보건의료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결의대회에는 노조 조합원 5000여명이 참여한다. 노조는 △진료 정상화와 필수의료 강화 위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 △공공의료 기능 회복과 역량 강화 지원 △적정인력 기준 마련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ks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