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불렸던 伊 멜로니… ‘反EU’ 대신 ‘개혁EU’로 달라져
佛 마크롱에 굴욕 안긴 바르델라… 부드러운 미소-겸손한 태도 ‘호감’
“극우 지지 아닌 주류 질책”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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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연합(EU) 이사회에서 호감과 존경을 받는 지도자다. 그녀는 유럽에 중요하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으로 확정된 중도우파 정치그룹 유럽국민당(EPP)의 타나시스 바콜라스 사무총장은 10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47)를 이같이 추켜세웠다. EU 주류 세력인 바콜라스 사무총장은 제2당인 중도좌파 그룹과 안정적인 다수당을 구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4위에 오른 극우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과 ECR의 약진에 크게 기여한 멜로니 총리의 존재감을 인정한 것이다.
과격한 정책과 선동으로 ‘비호감’ 세력으로 여겨지던 극우가 어떻게 유럽 정치의 핵심까지 파고들었을까.
극우 부상의 원인으로는 경제난과 반(反)이민 정서 등 외부적 요인이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 극우 지지자임을 커밍아웃하길 꺼리던 유권자들이 이제 이를 적극 드러낼 정도로 극우가 대중성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의 색채를 누그러뜨리고 실용과 소통, 새 얼굴을 앞세운 극우 세력의 진화가 작용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로 꼽히는 멜로니 총리와 프랑스에서 집권당을 누른 국민연합(RN)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가 그 중심에 있다.
● 伊멜로니, 反EU 노선 버리고 타협
멜로니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극우 약진을 이끈 데다 차기 유럽의회 지형을 좌우할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10일 잠정 개표에서 ECR의 일원으로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이탈리아형제당은 28.8%를 득표했다. 직전 선거인 2019년 지지율의 4배가 넘는다.
2022년 10월 집권 전 ‘여자 무솔리니’로 불린 멜로니 총리가 유럽 정치의 중심에 화려하게 선 비결로는 실용주의와 타협의 태도가 꼽힌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EU에 반대하는 수사를 버린 대신 ‘EU를 개혁하자’는 기조로 물러선 점을 짚었다. 극우에 거리를 두던 EU 주류 보수와 극우 진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당초 이미지를 완화했다고도 분석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승리 기자회견에서도 “우리에게는 보다 실용적이면서 덜 이념적인 정책을 취하는 유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미국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 “EU를 무너뜨려라”라고 외치며 ‘친트럼프’ 성향을 드러냈던 그가 달라진 것이다.
유럽인들도 이민과 경제난에 대한 독설로 ‘매운맛’이던 극우가 ‘순한 맛’이 됐다고 느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멜로니 총리가 집권했을 당시 (극우에 대한) 공포감으로 그에게 투표한 이들도 공개적으로 고백하기를 꺼렸지만 이제 달라졌다”고 보도했다.
● 미소짓는 佛바르델라, 극우의 새 얼굴
프랑스에서 집권 르네상스당을 두 배 이상의 지지율로 누르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7)에게 굴욕을 안긴 극우 국민연합(RN)의 무기는 29세인 바르델라 대표다. 1995년 파리 근교 드랑시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홀어머니와 낙후된 생드니의 공동주택단지에서 성장한 배경으로 비주류의 호감을 샀다.
극우 진영은 집권당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35)의 적수로 바르델라를 키웠다. 그는 세련된 외모와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소통으로 ‘센 언니’ 이미지가 강한 RN 전 대표 마린 르펜 의원보다 호감도 높은 극우의 새 얼굴이 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해 “미소를 띤 편안한 인상을 배웠고, 합의와 겸손의 태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하다. 맥스 헤이스팅스 칼럼니스트는 블룸버그통신 기고에서 경제 성장 하락세 등 유럽이 직면한 위기를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직시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극우 세력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수년간 권력 장악력이 약해진 유럽 엘리트들에 대한 엄청난 질책”이라고 주장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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