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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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유럽의회는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정치그룹(교섭단체) 유럽국민당(EPP)이 총 720석 중 186석(25.8%)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제2그룹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이 135석(18.8%), 제3그룹 중도 리뉴유럽(자유당그룹·RE)이 79석(11.0%)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의회에서 '중도 대연정'을 이룬 이 3개 정치그룹의 총 의석수는 417석(59.1%)에서 400석(55.6%)으로 줄어들겠지만, 과반은 사수할 것이란 관측이다. 개표 완료 국가와 진행 중인 국가의 잠정 집계 결과를 합친 수치로, 아직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극우의 약진이다. 강경우파 '유럽보수와개혁'(ECR)이 69석(9.8%)에서 73석(10.1%)으로, 극우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49석(7.0%)에서 58석(8.1%)으로 의석수가 늘었다. 각각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강경 우파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정당 국민연합(RN)이 속해있는 정치그룹이다.
지난 10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나오자 프랑스에서 '반파시스트 집회'가 열렸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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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 집권당 참패…극우 스타들 탄생
프랑스에서는 RN에 대패한 중도 르네상스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이달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올림픽(7월 26일 개막) 직전 의회 해산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 르몽드 또한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교통부, 내무부 장관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조기 총선 실시 후 정부가 제대로 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에선 올라프 숄츠 총리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이 13.9%를 확보하는 데 그쳐 극우 독일대안당(AfD)에 밀리며 연정이 조기에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 역시 우파 돌풍으로 소속 정당 열린자유민주당(Open VLD)이 참패하자 즉각 사퇴했다.
반면 극우 성향 정치인들은 날개를 달았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FdI가 28.8%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면서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멜로니 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커졌다"며 "EU 내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대표.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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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RN의 압승을 이끈 20대 당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가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 29세인 바르델라는 지난 2022년 르펜을 이어 RN 대표로 선출된 이후 이번 선거에서 전면에 나섰다. '국경 통제'로 이민자 수를 줄이고, 경찰 인력을 확충해 테러·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공약 등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소셜미디어(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젊은 층 표심을 공략해 차기 총리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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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 정서' 활활…美 대선 영향 촉각
유럽의회 선거에서 확인된 '극우 바람'이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극우 돌풍에는 반이민 정서가 커진 분위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중남미 불법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서도 첨예한 문제다.
CNN은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이념을 가진 극우 후보들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며 "현재 트럼프는 미 대선의 격전지로 꼽히는 주(州)에서 이런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미 미국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유럽의회에서의 극우 약진을 미국 내 정치와 연결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유럽에서 극우가 거둔 승리가 트럼프 지지자들을 고무시킬 것이란 예상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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