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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일 못 하면 '갑질'도 당할 만하다? 대한민국 갑질잔혹사 돌아보니…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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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오피스] (글 : 권남표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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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갑질' 경험은 드문 일일까, 아닐까.

2023년 11월, 19~69세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갑질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1명(25.7%)이 "갑질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국무조정실의 조사였다. "갑질은 어떤 관계에서 발생하였느냐?"는 질문에는 36%가 "직장 내 상급자-하급자"라고 답했다. 다른 응답은 19.7%가 "본사-협력업체 관계", 14.7%가 "서비스업 이용자-종사자 관계" 14.5%가 "공공기관-민원인 관계"였다.

크고 작은 조직은 안팎으로 위계가 있고, 공식/비공식적으로 규정된 관계 속에서 권력이 작동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이 권력이 잘못 행사되는 전형이고, 권력을 견제하거나 제어하는 장치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2017년 7월 31일 "공관병 갑질"이 주요 검색어에 올랐다. 육군 대장과 그 아내가 군 내에서 권력을 악용해 공관병과 조리병들에게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 못했다며 추운 날씨에 발코니에 감금', '대장의 아들에게 전을 간식으로 챙겨주지 않았다며 전을 얼굴에 집어던지는 폭행' 등 갑질을 했다는 제보가 잇따랐고 이를 군인권센터가 폭로했다.

그러나 검찰은 직권남용이 아니고, 강요도 아니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충분히 가혹하지 않아서 '가혹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아내의 감금 혐의만 인정했다. 그럼에도 공론화의 효과가 톡톡했는지 군 내에서 노예라는 수식어가 붙던 공관병 제도를 폐지했다.

2017년 11월 언론은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노출 심한 옷차림으로 체육대회에서 장기자랑을 강요당했다는 기사를 냈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장기자랑을 시키고 야한 옷에 섹시한 표정을 지으라는 둥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성심병원에서는 매년 체육대회를 하고 간호사들은 장기자랑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 참여하"고, "병원의 구성원 중에서 간호사의 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심병원에서는 각종 행사에 당연하게 간호사를 동원한다"는 용기있는 고발 글이 올라온 덕분이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장기자랑이 선정적이었던 건 올해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간 방기와 묵인 속에서 만들어진 관행이라는 이름의 잘못된 문화가 드러났다.

이 폭로의 시작에는 직장갑질119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한림대성심병원 계열 직원분들 계십니까?"라는 질문에서 던진 문제의식과 모이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때 권력을 견제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한림대성심병원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다른 병원과 의료시설에서의 잘못된 관행이 스리슬쩍 사라진 것은 덤이다. 전 국민의 분노를 산 군 부대 갑질과 병원의 잘못된 관행이 폭로됐지만, 인식이 바뀌진 않았다.

2018년 3월 12일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이 관계사 직원에게 유리잔을 던지며 계약 해지하겠다는 등의 고성을 지르는 '물벼락 갑질'을 했고, 주식이 6%가량 추락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는 "광고에 대한 애착이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넘어서면 안 됐는데 제가 제 감정을 관리 못한 큰 잘못"이라고 해 한국사회에 뿌리 깊은 성과주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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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일을 못하니까 그렇지!"라며 종종 들리는 말은 받는 돈값을 해야 하고, 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응보의 잔혹함이 드러난다. 일이야 수월하게 잘 될 수도, 때를 못 만나서 안 될 수도 있고, 컨디션 난조나 집에 말 못 할 일로 집중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인간의 사정을 다 뒤로 한 채 "업무의 수행"이라는 잣대로 한 사람을 탓할 때 권력자의 갑질은 인간성을 말살하고,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수준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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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0일 뉴스타파는 양진호 회장이 "니가 뭘 했는지 몰라서 그래, 새끼야?"라고 말하며 한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회장이라는 특권적 지위, 사업체라는 본인의 왕국, 민주적인 소통이 부재한 기업 구조 안에서 누가 감히 영상을 찍을 수 있었을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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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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