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휴진율 30%면 업무개시명령…위반시 의사면허 취소
의협 부회장 "쪽팔린 선배 되지만 말자" 투쟁 의지 끌어올려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6.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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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하루 전면 휴진과 함께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휴진율이 30%를 넘길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행정처분 및 처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의협 집행부는 "감옥은 제가 간다"며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집단 진료거부는 국민과 환자 생명권을 위협하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정부는 단호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체 휴진을 결정한 데 이어 의협은 18일 전면 휴진하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총력 투쟁할 것"이라는 엄포를 놨다.
의협의 집단행동은 의약분업에 반대한 2000년, 원격진료 추진을 규탄한 2014년, 의대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반발한 2020년 이후 이번이 4번째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2020년 때보다는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정부는 의료법에 따라 11일부로 개원의에 대한 진료명령과 휴진 신고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각 시·도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을 근거로 관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18일에 진료명령을 내리고, 그럼에도 당일 휴진하려는 의료기관은 사흘 전인 13일까지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 등을 할 수 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정부는 총파업이 예고된 18일 당일 시군 단위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전국의 병의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휴진 여부를 확인하겠다고까지 했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업무정지 15일과 1년 이내의 의사면허 자격 정지에 처할 수 있다. 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사실상 의사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정부는 또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법적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 제51조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금지행위를 할 경우 사업자단체는 10억 원 이내 과징금을 물고, 단체장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00년 의약분업 추진에 반발한 집단휴진 사태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면허도 취소된 바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반대하는 부산·울산·경남의사회, 전공의, 의대생 등이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에서 '대한민국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를 주제로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2024.5.3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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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의 집단행동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느냐는 점에 대한 과거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2000년 당시 의협은 불참 시 불이익·징계를 하겠다고 온라인 등에 게재한 사실이 문제가 되면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반면 2014년 집단휴진은 자율적 판단에 의한 휴업으로 간주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이번 행동의 목적은 휴진이 아니라, 정부 정책을 멈추게 하는 데 있다. 정부 입장 변화에 따라 상응하는 계획을 세울 것"이라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정부가 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옥은 제가 간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 18일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이 글에 임현택 의협 회장이 "응원한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뉴스1에 "정부의 행정명령 발표에 의사 회원들이 놀랄 걸로 봤다.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두고 의협도 맞대응 준비 중"이라며 "전공의, 의대생의 외로움에 선배들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을 뿐이다. 휴진 및 총궐기 참여는 각 회원 개인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협의 강경한 투쟁을 지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90.6%, '의협이 6월 중 계획한 휴진을 포함하는 단체행동에 참여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73.5% 각각 동의했으나 최종 참여는 회원들에 달렸다. 앞으로 정부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18일 의사들의 전면 휴진은 의협 회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결과물이지 의협의 강요나 강제성이 개입될 틈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휴진을 공식화한 서울의대-병원 교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의대 교수들의 동참도 주목된다. 앞서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의협과 함께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오는 12일 정기총회에서 휴진 여부 등을 이야기한다.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17일 총회를 통해 구체적인 휴진 계획 등을 상의했다. 비대위 측 홍보담당 오승원 교수는 "17일 휴진 시작 일정에 맞춰 준비할 내용들에 대해 실무적인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비대위 방침과 관련해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오는 12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서울대 비대위는 전면 휴진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다. 연합회 산하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췌장암환우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등이 발언에 나선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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