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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신고하고 휴진하라”…정부 진료명령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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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전국 개원의를 대상으로 진료 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내렸다. 또 의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으로 수습 국면이 기대됐지만, 의료계-정부(의정) 갈등은 다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의료법에 근거해 개원의에 대한 진료 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내린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요한 최소 조치”라고 밝혔다. 의료법 제59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유화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파업 카드를 꺼내면서 진료 명령과 휴진신고 명령을 발동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4일 정부는 복귀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사직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공의에게 퇴로를 열어 달라”는 의료계 건의를 수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오는 17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고,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11일 총회를 열고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지 논의하기로 했다. 의협도 18일 하루 휴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명령은 이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전국의 동네 병·의원(개원의) 3만5000여 곳에 내려졌다. 18일 휴진하는 의료기관은 영업일 기준 사흘 전인 13일(15~16일 주말)까지 이를 신고해야 한다. 이날 한 지자체가 관할 의료기관에 발령한 진료 명령 및 휴진신고 명령서에는 “의료법 제59조 제1항에 의거해 귀 의료기관은 6월 18일 당일 환자를 진료할 것을 명령한다”고 적혀 있다. 또 “상기 명령에도 불구하고 휴진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휴진일 3일 전인 13일까지 관할 보건소에 휴진 신고를 해라”라고 적혀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위반할 경우 의료법 제64조에 따른 불이익(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도 통지했다.

휴진신고 명령은 관내 휴진율을 미리 확인하려는 차원이다. 지자체는 이후 휴진 전날(17일)까지는 등기우편으로, 당일(18일)에는 오전 9시에 문자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다. 복지부 관계자는 “송달에 문제가 없도록 중복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일 오전 휴진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하고, 전화를 안 받는 등 휴진 의심 기관이 시·군·구별로 30%를 넘으면 오후에 해당 기관으로 채증을 나가 의료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 등을 조처한다”고 말했다.



정부, 의협 공정거래법 위반도 체크



중앙일보

정부가 오는 18일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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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 자격정지뿐 아니라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범죄 종류와 무관하게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다.

앞서 2020년에도 의협은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에 반대해 휴진을 진행했다. 휴진율은 1차(8월 14일) 때 32.6%에 달했지만, 2차(8월 26~28일)에는 10.8%, 8.9%, 6.5% 등으로 줄었다. 당시에도 사전에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휴진 당일 채증작업도 했지만, 실제 처분한 사례는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의·정 합의가 이뤄지는 분위기였고, 코로나19로 의료계 도움이 절실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면 휴진을 결정한 의협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51조(사업자 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도 검토한다.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유도했다는 강제성이 인정될 경우 단체(의협)에는 10억원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개인(단체장) 등은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2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당시 김재정 의협 회장은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 노환규 의협 회장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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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전병왕(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가 110일 이상 장기화돼 국민과 환자의 고통이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집단 진료 거부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설득하고 소통하는 한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 행보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사 집단의 끊이지 않는 불법 행동에 대해 공정위 고발 및 환자 피해 제보센터 개설 등을 검토할 것”이라며 “불법 행동 가담자에게 선처 없이 엄정 대응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대한의학회는 “집단 휴진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며 “모여서 (의사 인력을) 추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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