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WHO에 따르면 WHO 산하 서태평양지역 사무소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에서 항생제 내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약 26조원(18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초과 입원과 치료 비용, 초과 사망에 따른 생산성 상실 비용 등이 연평균 10조원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필리핀의 6배, 호주의 3배로 일본보다는 1.6배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2023년 조사 기준 19.5DID(성인의 일평균 의약품 소비량을 1000명 기준으로 환산한 것)로 상위 6위를 기록해 전체 평균(15.6DID)에 비해 약 1.3배 높다.
항생제를 과다 사용해 내성이 생기면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 사람은 127만명에 달한다. 랜싯은 이 수치가 2050년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암 사망자(820만명)보다 1.2배 많다. WHO도 항생제 내성 문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의 최대 보건 위기를 낳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에 질병청은 항생제 내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힘쓰고 있다. 2016년부터 급성 상·하기도 감염, 요로 감염, 폐렴 등 주요 감염병 9종에 대한 항생제 사용 지침을 개발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과 관련해 지침을 마련했다. CRE란 요로 감염, 폐렴,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항생제 다제내성균인 사례가 많아 치료가 어렵다.
질병청은 WHO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권역별로 종합·요양병원을 선정해 주요 항균제 내성균 수집센터를 설치하고 균종별 분석센터를 통해 안정적인 내성 정보를 산출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항생제 사용을 관리하기 위한 적극 정책의 일환으로 ASP(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를 도입했다"며 "의료기관이 적정량의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차원에서 항생제 수가 신설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수가란 항생제 적정 사용에 관한 여러 기준을 의료기관이 충족할 때 정부가 보상비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질병청은 WHO의 항생제 내성 분야 협력센터(CC)로 글로벌 시장에서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몽골 질병청을 대상으로 기술을 지원하고 항생제 내성 검사 수준 평가(EQA) 등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총회(WHA)에 참석해 각국의 보건정책담당자들과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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