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의 공통점은 자산운용 계열사들이 국내 ETF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운용사의 막강한 ETF 시장 장악력이 증권사 연금 자산에서도 ETF 강세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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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나타났다. 펀드 비중은 19%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펀드 비중(19%)이 ETF(17%)를 웃돌았는데, 4개월 만에 ETF 규모가 더 커졌다.
미래에셋증권이 취급하는 퇴직연금 상품 구성을 보면 2019년 12월만 해도 펀드 비중이 26%였고, ETF 비중은 1%에 불과했다. 그러나 펀드 비중은 2020년 12월 25%, 2022년 12월 21%, 2023년 12월 19% 등으로 계속 위축했다. 같은 기간 ETF 비중은 4→10→17% 등으로 빠르게 커졌다.
이런 분위기는 삼성증권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삼성증권이 취급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ETF 비중은 약 25%로, 21%인 펀드를 앞선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작년 말 집계까지는 펀드가 앞섰는데,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ETF 비중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에서도 ETF(24%)가 펀드(19%) 비중을 웃돈다.
연금은 노후 생활에 대비하는 자금이다 보니 안정 지향적인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시장 전체로 보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 규모가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원리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 상품의 너무 낮은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실적 배당형 상품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특히 ETF가 퇴직연금 자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평가다. 기존 공모펀드보다 매매가 쉽고 수수료도 저렴하다 보니 ETF를 찾는 투자자가 날로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작년 7월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연금 계좌를 활용한 ETF 투자 수요도 크게 늘었다. 자산운용사들도 TDF(Target Date Fund) 시리즈 등 디폴트옵션을 겨냥한 ETF를 앞다퉈 출시했다.
다만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ETF가 펀드 비중을 완전히 넘어선 건 아직 미래에셋과 삼성 두 증권사에만 해당하는 현상이다. KB증권의 경우 펀드 비중이 19%로 여전히 ETF(17%)를 앞서고 있고, NH투자증권 퇴직연금 자산 구성을 봐도 펀드가 ETF를 앞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이다.
시장에선 국내 ETF 영역에서 삼성과 미래에셋의 강력한 존재감이 증권사 퇴직연금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ETF 시장 규모는 146조원이다. 삼성자산운용이 57조원(39%),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3조원(36%)으로 나란히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운용사가 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 판매사(증권사)가 같은 그룹 계열사 상품만 판매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삼성과 미래에셋은 ‘ETF 명가’ 이미지가 강해 해당 증권사 고객 입장에선 같은 계열사 ETF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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