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까 메쪼 주한 핀란드대사 인터뷰
"진정한 기술 파트너 되고 싶어…양자 기술·6G 분야서 협력 원한다"
빼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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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윤 김성식 기자 = "나토는 어떤 국가나 단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나토는 다양한 안보 위협이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한다. 나토의 경우 이것이 러시아에서 온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도 같은 방식으로 보고 있다고 확신한다."
빼까 메쪼 주한 핀란드 대사가 올해 8월을 마지막으로 4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무리한다. 메쪼 대사는 지난 4년 동안 한국과 핀란드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에 대해선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이 방한해 한국과 기술 파트너십을 시작한 것"이라며 "양자 기술과 6G, 우주 산업 등 분야에서 많은 연구 및 과학적 연결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점에 대해선 "이웃이 위험에 처하자 핀란드 사회 전체가 만장일치로 더 이상 비동맹 상태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핀란드는 유럽의 안보를 제공하는 나라"라며 "우리의 강력한 국방력이 나토도 더 강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메쪼 대사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 이후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하이브리드(hybrid)'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러시아가 육로 국경을 통해 핀란드로 '난민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선 "러시아 이민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화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도구화된 이주에 대비하기 위해 법률을 수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메쪼 대사는 한국이 전 세계에 유능한 국방 물자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토는 한국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접촉,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면서 "나토는 한국이 나토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빼까 메쪼 대사와의 일문일답.
─임기가 오는 8월에 종료된다. 지난 4년간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한국에서의 생활은 정말 큰 교훈이자 좋은 경험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이전에도 한국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현실과 한국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었다. 처음 2년 동안은 팬데믹으로 국경을 넘기가 매우 어려웠는데, 오히려 한국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몰두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대사로 임하면서 가진 사명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느꼈던 가장 큰 사명은 지난 4년 동안 한국과 핀란드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한국과 진정한 기술 파트너가 되는 것인데, 그 전망은 매우 좋아 보인다. 이것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의 목표였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며 매우 행복한 마음으로 한국을 떠난다.
─그동안 양국 간 어떤 기술적 교류나 영향이 있었나.
▶지난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이 방한했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양자 기술과 6G, 우주 기술 등은 핀란드가 한국과 더 긴밀히 협력하길 원하는 주요 분야인데, 장관의 방문 이후 양국 간 많은 연구 및 과학적 연계가 계속됐다.
이러한 분야 외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두드러지게 다루게 됐다. 그리고 디지털화와 친환경 분야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수소와 배터리를 기업 간 협력 분야로 이야기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티모 하라카 핀란드 교통통신부 장관과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3.1.3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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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간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해 앞으로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는 6G와 양자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연구 협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연구 분야의 협력을 시작하는 곳이다. 아시다시피 연구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과 궤를 같이하며 이루어진다. 핀란드 기업들은 디지털 서비스 및 친환경 전환과 같은 분야에서 함께 성공할 수 있는 시너지와 가능성을 분명 갖고 있다.
9월에는 이곳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옮길 예정인데, 몇 주 전 이미 주남아공 한국 대사를 만나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남아공에서도 돕고 지원할 수만 있다면 제3국에 있는 핀란드 기업들과 한국 기업들이 이번처럼 공동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여전히 악화하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해 나토에 가입했는데,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핀란드는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나토 가입을 서둘러야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략을 시작한 러시아 때문이었고, 핀란드 사회 전체는 우리의 이웃이 너무 위험하고 더 이상 비동맹 상태일 수 없다고 판단해 만장일치로 나토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로 핀란드는 안보 제공국이 되어왔다.
핀란드는 모든 위협으로부터 나토를 방어하기 위해 모든 방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이 점을 강조하고 동맹국들도 이에 동의하는 이유는 우리의 강한 국방력이 나토를 더욱 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토에 가입한 이후 일어난 일들을 보면 사이버 위협과 하이브리드 위협 등 안보 위협은 훨씬 더 다양해지고 국경을 넘나드는 형태로 변화했다.
─최근 러시아가 핀란드와의 국경으로 난민들을 보낸다는 의혹이 있었다.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고 있나.
▶러시아 난민들은 유럽의 불화를 보여주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을 약화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처럼 됐다. 이번 봄에 이 때문에 핀란드가 국경을 폐쇄한 것을 보셨을 텐데, 그 이유는 핀란드가 EU와 나토의 동쪽 국경을 넘어 불법적으로 유입되는 서류 미비자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나토 전체를 방어하고 있다. 우리는 EU 전체를 방어하고 있다.
난민들은 스스로 국경에 온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이용한 도구였다. 그래서 핀란드는 이런 종류의 도구화 된 이주에 대비하고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을 변경하거나 수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난민들의 인권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우리는 항상 국제법을 강조해 온 나라 중 하나다. 저는 제 경력 동안 인권 문제에 집중해 왔으며 인권 문제는 핀란드의 국가 의제에서 정말 높은 위치에 있다. 핀란드는 또한 유엔 인권 이사회의 회원국이므로 이러한 모든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집단 이주와 같은 종류의 문제는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 러시아는 이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 걱정해야 할 것이다.
─핀란드는 국방비를 늘릴 예정인가.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지원할 계획도 있는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나토에 정해진 목표치의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는 회원국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핀란드는 이미 2%를 지불하고 있었다.
핀란드는 목표를 달성했고 러시아의 위협이 그곳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핀란드의 총지원은 29억 유로(약 4조 3467억원)에 달하며, 여기에는 방산 물자 개발 협력기금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유럽연합 자문단에게 전달되는 민사 물자 지원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또 나토에는 우크라이나 캡 신탁 기금이 있는데 핀란드는 이 모든 기금에 기여하고 있다. 개인 기부금은 7,500만 유로(약 1124억원)에 달한다.
또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인 산나 마린 핀란드 전 총리는 지금 집중하고 있는 주요 분야가 우크라이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핀란드는 외교 및 국방 분야의 모든 활동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서 한국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보고 있나.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토의 중요한 파트너였기 때문에 한국이 나토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 친구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토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의 주요한 표명이자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에 접점과 협력의 플랫폼을 제공한다.
나토는 어떤 국가나 단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나토는 군사적 혹은 사이버, 하이브리드 위협이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한다. 나토의 경우 이것이 러시아에서 온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도 같은 방식으로 보고 있다고 확신한다.
─핀란드는 유엔 행복지수 순위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핀란드에서는 블루베리나 버섯 철이 돌아올 때마다 SNS에 내가 딴 블루베리와 버섯을 올린다. 사람들은 해마다 이 일을 하며 극도의 행복과 기쁨을 찾는다. 핀란드에선 땅을 소유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땅에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는 법이 없다. 모든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들은 자유와 동시에 자연이라는 큰 보물을 손에 들고 있다. 우리는 자유를 제공함으로써 어떤 것을 더욱 존중하게 됐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고 자연 속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열매를 따 먹거나 수영을 할 수도 있었다. 큰 버섯을 따도 아무도 뺏어갈 수 없으니 모두 내 자유였다. 자연은 내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법을 배우고, 내 자유도 내 것이기 때문에 잘 돌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님은 제게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책 읽기에 바쁜 소년이었던 저에게 책을 읽으면서 흥미를 느끼고 열정을 발견한 곳에서 내 길을 찾으라고 했다.. 그래서 어쩌면 행복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고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빠르게 계속해서 움직이되 사람들을 계속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저는 한국의 빠른 속도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다만 동시에 속도나 목적지에 동의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계속 참여시키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빼까 메쪼 주한 핀란드대사가 14일 서울 성북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열린 '행복한 아이의 비밀(Onnellisten lasten salaisuudet)' 한국어판 출간 기념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복한 아이의 비밀'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 핀란드의 교육전문가가 들려주는 육아이야기로 헬싱키 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아동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등 12명의 교육전문가를 인터뷰한 책이다. 2024.5.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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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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