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클럽 버닝썬 사건 당시 성범죄에 쓰였던 약물이 물뽕으로 불리는 'GHB'입니다. 이 약물에 취하면 기억을 잃고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따르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검출되지 않아서 범죄에 쓰였다는 걸 증명하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 당시 영상을 통해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 도입됐는데, 이마저도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윤정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윤정주 기자]
[가해자 (2020년 7월 31일) : 생일 축하합니다.]
4년 전 생일날, 이 장면을 끝으로 피해자는 기억이 없습니다.
평소 주량으로는 절대 취할 수 없는 정도 음주였습니다.
[A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밝은 빛을 본 것 같은 기억이랑…제 배를 뭔가 누르고 있던 것 같은 기억.]
이후 남자 친구 전화기에서 이 날 촬영한 성관계 영상이 발견됐습니다.
[A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얼굴을 짓누르면서 기념 촬영하고 가학적인 행위 하면서 '생일 축하한다'고…]
영상 속 둘의 대화, 평소 모습과 달랐습니다.
[A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시체처럼 잠든 상태로 물어보면 몽유병 환자처럼 계속 다 이야기를 하는데…]
[A씨 아버지 : 저희 딸은 모든 영상에서 눈이 감겨 있다는 거예요. 눈 떠보라고 하니까 눈이 뒤집히듯이 그렇게 뒤집혀서…]
GHB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하지만 피해자 몸에선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지난 2021년 마련한 수사 준칙에 따라 전문의 2명이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불기소 처분이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심신 상실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수진/변호사 : 피해자의 특성 중의 하나가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GHB 약물 성범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취재진은 검찰에 소견서 내용과 다른 판단을 한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수사 중이라 답할 수 없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앵커]
GHB를 이용한 성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신 것처럼 범죄 입증이 어려운 탓에 그동안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는 많았던 반면, 실제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물뽕 사용이 범죄가 아닌 셈인 겁니다.
이어서 임예은 기자입니다.
[임예은 기자]
여느 때와 같은 술자리인 줄 알았습니다.
[B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주량의 반도 못 미치고 반의반도 못 미치는 양을 먹었는데…]
정신 차렸을 땐, 술을 건네던 남성과 함께 호텔이었습니다.
[B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내가 끌려왔거나 업혀 왔거나라고 무조건 확신을 하고 있었어요.]
CCTV로 본 내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남자와 호텔로 함께 걸어 들어왔고 웃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참 뒤에야 약물 중독 가능성을 깨달았습니다.
[B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시키는 말에만 반응을 한 것 같아요. 문 열고 뛰쳐나왔으면 되는데…]
갑작스레 잃은 기억, 지나치게 순종적인 모습까지 GHB 중독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이, 범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보고된 사례들은 다르고도 비슷합니다.
[박예림/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 한 잔을 먹었더니 갑자기 너무 어지러워서 눈을 떴더니 가해자와 자신이 이제 침대 위에서…]
[10년 차 클럽 MD : 주말이 지나고 나면 일요일날 막 그런 소식이 들려오는 거예요. '어제 또 누구 클럽에서 누구 기절했대.']
약물 검출은 힘들고, 검출이 된다 해도 가해자가 먹였다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이은의/변호사 : 이 사람이 준 걸 먹어서 검출된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냐. 이 부분을 입증해야 된다는 건데…]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하루 6건 정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GHB 이른바 물뽕 범죄 처벌 사례는 없습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임예은 기자가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GHB 이른바 물뽕, 이게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겁니까?
[임예은 기자]
애초엔 출산하는 산모 마취용으로 사용했습니다.
고통을 못 느끼고 의식은 저하됐지만 의사의 지시에는 순종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지금 성범죄에 악용이 되고 있는 건데, 영상을 보신 분들은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다르다면서요, 이게?
[임예은 기자]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여줍니다.
한 피해자는 갑자기 포크레인으로 땅을 푹 퍼낸 것처럼 그 시점 기억만 단절됐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인터뷰 한 피해자는 흰자만 남을 정도로 눈동자가 돌아간 상태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촬영됐고요.
그러면서도 상대가 하는 지시에 순응하고 중얼거리듯 대답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피해 당시의 영상을 냈는데도 가해자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건 왜 그런 겁니까?
[임예은 기자]
알려진 것처럼 GHB는 6시간만 지나면 검출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2021년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전문의들이 분석하도록 수사 준칙을 마련했습니다.
저희 리포트에 나온 피해자가 이 준칙을 적용한 첫 사례입니다.
전문의 2명, 공통적으로 약물 종류는 알 수 없지만 약물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화를 하지만 정상적인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대화를 하기 때문에 심신 상실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범죄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임예은 기자]
그래서 이번 불기소 처분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상 우리나라에 물뽕 범죄는 없는 범죄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검출은 불가능하고 영상에 드러난 모습이 약물 중독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와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내 치부가 드러나더라도 차라리 영상을 만인에게 공개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김대호 / 영상취재 김미란 김상현]
윤정주 기자 , 임예은 기자 , 공영수, 정철원, 이완근,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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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닝썬 사건 당시 성범죄에 쓰였던 약물이 물뽕으로 불리는 'GHB'입니다. 이 약물에 취하면 기억을 잃고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따르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몸에서 검출되지 않아서 범죄에 쓰였다는 걸 증명하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피해 당시 영상을 통해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 도입됐는데, 이마저도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윤정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윤정주 기자]
[가해자 (2020년 7월 31일) : 생일 축하합니다.]
4년 전 생일날, 이 장면을 끝으로 피해자는 기억이 없습니다.
남자친구가 따라준 와인을 한잔과 맥주 반 캔 분량을 마셨습니다.
평소 주량으로는 절대 취할 수 없는 정도 음주였습니다.
[A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밝은 빛을 본 것 같은 기억이랑…제 배를 뭔가 누르고 있던 것 같은 기억.]
이후 남자 친구 전화기에서 이 날 촬영한 성관계 영상이 발견됐습니다.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담겼습니다.
[A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얼굴을 짓누르면서 기념 촬영하고 가학적인 행위 하면서 '생일 축하한다'고…]
영상 속 둘의 대화, 평소 모습과 달랐습니다.
[A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시체처럼 잠든 상태로 물어보면 몽유병 환자처럼 계속 다 이야기를 하는데…]
눈동자는 비정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A씨 아버지 : 저희 딸은 모든 영상에서 눈이 감겨 있다는 거예요. 눈 떠보라고 하니까 눈이 뒤집히듯이 그렇게 뒤집혀서…]
GHB 중독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하지만 피해자 몸에선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지난 2021년 마련한 수사 준칙에 따라 전문의 2명이 영상을 분석했습니다.
전문의들은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 '어떤 약물인지 알 수 없지만 중추신경억제제 영향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는 불기소 처분이었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심신 상실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박수진/변호사 : 피해자의 특성 중의 하나가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GHB 약물 성범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취재진은 검찰에 소견서 내용과 다른 판단을 한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수사 중이라 답할 수 없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앵커]
GHB를 이용한 성범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신 것처럼 범죄 입증이 어려운 탓에 그동안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는 많았던 반면, 실제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물뽕 사용이 범죄가 아닌 셈인 겁니다.
이어서 임예은 기자입니다.
[임예은 기자]
여느 때와 같은 술자리인 줄 알았습니다.
[B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주량의 반도 못 미치고 반의반도 못 미치는 양을 먹었는데…]
정신 차렸을 땐, 술을 건네던 남성과 함께 호텔이었습니다.
[B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내가 끌려왔거나 업혀 왔거나라고 무조건 확신을 하고 있었어요.]
CCTV로 본 내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남자와 호텔로 함께 걸어 들어왔고 웃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참 뒤에야 약물 중독 가능성을 깨달았습니다.
[B씨/약물 성폭력 피해자 : 시키는 말에만 반응을 한 것 같아요. 문 열고 뛰쳐나왔으면 되는데…]
갑작스레 잃은 기억, 지나치게 순종적인 모습까지 GHB 중독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이, 범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보고된 사례들은 다르고도 비슷합니다.
[박예림/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 한 잔을 먹었더니 갑자기 너무 어지러워서 눈을 떴더니 가해자와 자신이 이제 침대 위에서…]
[10년 차 클럽 MD : 주말이 지나고 나면 일요일날 막 그런 소식이 들려오는 거예요. '어제 또 누구 클럽에서 누구 기절했대.']
약물 검출은 힘들고, 검출이 된다 해도 가해자가 먹였다는 걸 입증해야 합니다.
[이은의/변호사 : 이 사람이 준 걸 먹어서 검출된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냐. 이 부분을 입증해야 된다는 건데…]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는 하루 6건 정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GHB 이른바 물뽕 범죄 처벌 사례는 없습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임예은 기자가 제 옆에 나와 있습니다.
임 기자, GHB 이른바 물뽕, 이게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겁니까?
[임예은 기자]
애초엔 출산하는 산모 마취용으로 사용했습니다.
고통을 못 느끼고 의식은 저하됐지만 의사의 지시에는 순종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지금 성범죄에 악용이 되고 있는 건데, 영상을 보신 분들은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하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다르다면서요, 이게?
[임예은 기자]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여줍니다.
한 피해자는 갑자기 포크레인으로 땅을 푹 퍼낸 것처럼 그 시점 기억만 단절됐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인터뷰 한 피해자는 흰자만 남을 정도로 눈동자가 돌아간 상태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촬영됐고요.
그러면서도 상대가 하는 지시에 순응하고 중얼거리듯 대답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피해 당시의 영상을 냈는데도 가해자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건 왜 그런 겁니까?
[임예은 기자]
알려진 것처럼 GHB는 6시간만 지나면 검출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2021년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전문의들이 분석하도록 수사 준칙을 마련했습니다.
저희 리포트에 나온 피해자가 이 준칙을 적용한 첫 사례입니다.
전문의 2명, 공통적으로 약물 종류는 알 수 없지만 약물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화를 하지만 정상적인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대화를 하기 때문에 심신 상실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범죄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임예은 기자]
그래서 이번 불기소 처분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상 우리나라에 물뽕 범죄는 없는 범죄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검출은 불가능하고 영상에 드러난 모습이 약물 중독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와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내 치부가 드러나더라도 차라리 영상을 만인에게 공개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김대호 / 영상취재 김미란 김상현]
윤정주 기자 , 임예은 기자 , 공영수, 정철원, 이완근,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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