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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복귀 전공의 면죄부, 그래도 환자 곁에 안 돌아올 건가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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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부가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 대표는 이날 “사직서가 수리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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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집단행동을 벌인 전공의가 병원으로 복귀하는 경우엔 불이익 조처를 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가 형평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공백을 초래한 전공의들을 선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공의 다수는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한다. 더 이상 의료공백 사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전공의들은 조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애초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에 대한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앞서 정부는 2020년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 고발을 취하한 바 있는데, 이런 선처가 집단행동이 반복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시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도 모두 구제받으면서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도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기로 했다.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을 모두 거둬들이기로 한 것이다. 대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는 의료 현장 상황과 국민 여론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다시 강경 대응 원칙을 저버린 것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공백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떠났는데 아직 90% 이상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형병원에선 현장 의료진의 피로도가 점차 쌓여가고 환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의료계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단체 대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계획이 확정된 상태인데 아직도 막무가내로 원점 재논의만 요구해선 안 된다. 석달 넘게 의료공백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도 더는 인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라도 집단행동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국민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의대 증원에 따른 후속 논의 과제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의 요구를 전달하고 정부와 협의를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년 대입 시행계획은 돌이킬 수 없더라도 2026학년도 이후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의사들의 반복적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의료공백 사태를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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